뜸한 일기/가족

엉뚱한 계기로 못 말리는 '단합 가족'된 우리 가족

산들무지개 2014. 9. 2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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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 온종일 이 '이 처치 자연식 방법'을 응용하여 전쟁을 치르게 된답니다. 


휴우우! 전쟁이라도 오늘은 일단 다 지나 갔으니 다행이다. 네 사람의 머리 + 내 머리 ≡ 고된 노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아이들을 재워놓고 마음 편히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스페인 시각으로는 한밤중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의 관련 글을 한 번 읽어보세요. 


2014/09/21 - [뜸한 일기/부부] - 요즘 세상에 우리 가족에게 닥친 '불행(?)'


우리 가족이 운 나쁘게 당한 이 불운을 오늘 퇴치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자고로 아이들과의 전쟁이기도 했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아이 셋!!! 제 아이들입니다. 산드라, 누리 그리고 사라 순(왼쪽에서 오른쪽)



☞ 이웃에게 들은 스페인식 '이 처치 방법'은......



1. 따뜻한 식초를 머리 곳곳 구석구석 감아준다. 식초를 흐르게 하여 감는다. 그리고 하얀 비닐캡을 쓰고 한 시간 기다린다. 이것은 머리에 붙은 이를 따끔하게 혼내주어 바로 떨구어준단다. 


2. 미지근한 물로 잘 헹군 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머리카락 흠뻑 발라준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비닐캡을 쓰고 기다린다. 이것은 이의 숨통을 조이게 하고(혹시 식초로 살아난 놈들)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서캐를 부드럽게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3. 참빗으로 끈적한 기름 묻은 머리를 잘 빗겨준다. 서캐가 아주 쉽게 나온단다. 


4. 미지근한 물로 헹궈준다. 


5. 목덜미, 귀 뒷부분을 차나무 오일로 엷고 넓게 발라준다. 벼룩 및 이의 방향제로 쓰이는 차나무 오일이 효과가 좋단다. 


6. 이가 없어질 때까지 여러 날 해준다. 보통 하루만 해줘도 효과를 톡톡히 본다는데 완벽주의자에겐 하루가 불충분하다. 



스페인 약국에서도 "이 박멸 약품"을 판매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자연산 방법으로 

처치하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식초를 바를 때만 해도 이렇게 신 나 했었지요. 엄마도 신 나고, 아빠도 신 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웃음이 넘쳐났습니다. ^^

남편도 옆에서 자기 머리를 밀어달라며 아우성입니다. 


"남자들은 좋겠어. 머리 그냥 밀기만 하면 되니......!" 



이렇게 저는 남편의 머리를 밀어주면서 대화를 하게 된답니다. 아니, 솔직히 저는 대화를 듣고 있었고요, 대화하는 사람은 아빠와 딸이었습니다. 첫째가 왜 우리 갑자기 머리를 관리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하여 옆에서 조잘조잘 묻습니다. 


(앗! 위의 사진은 딸이 자기 전에 엄마가 사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고 콧수염과 안경을 씌우라고 해서 이렇게 한 거에요. 이해해주세요. 아이가 너무 좋아하여 없앨 수가 없었답니다. ^^)



딸: "아빠, 그런데 우리 왜 이렇게 머리를 관리해야 해?"


아빠: "으응, 그것은 우리 머리에 이가 자라기 때문이야. 이가 낳은 서캐도 있으니 빨리 없애줘야 해."


딸: "그런데 아빠, 왜 우리 식구 전부가 머리에 식초를 발라야 하지?"


아빠: "으응, 그것은 우리 식구 머리 전부에 이가 옮았기 때문이야."


딸: "응? 왜 이가 우리 식구 머리 전부에 흩어졌어?"


아빠: "으응, 그것은 이가 머리카락을 타고 옮겨가서 서캐를 낳아 이가 나오는 거야."


딸: "그런데 왜 이가 옮겨 다녀?"


아빠: "으응, 그것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자기 때문이야."


이런 식으로 질문이 질문을 물고 대화가 길어지는 거에요.  





"한마디로 우리 가족이 단합 가족이라서 이가 다 옮겨 다니는 거야!"

이러면서 아빠가 마지막 말을 장식합니다. 


에잉? 정말 단합 가족?



에이, 이참에 우리 단체 사진이라도 찍자, 면서 우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잘 나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이 생겨 재미있었네요.


그러고 나서 우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머리에 바르고 한 시간가량 또 기다렸답니다. 그리고 난 후 이 제거용 빗으로 네 명의 머리를 빗었습니다. 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참 효능이 있네요. 글쎄, 서캐가 기름과 함께 쫘아악 묻어나오더군요. 더군다나 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피부 미용에도 좋고, 두피, 머리카락을 튼튼하게 하는 데에도 좋다네요. 다행이다. 그래서 우린 머리를 한 번 다 감고 짜파게티 먹고 바로 잠들었답니다. 


저도 이제 잠자러 가야 할 것 같네요 


여러분, 즐거운 날 되시고요......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을 해서 힘이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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