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치과비는 내가 낼게' 외국인 시어머니의 당찬 포효
뜸한 일기/가족

우리 집 아이들 아빠는 이가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이 나 석 달에 한 번은 꼭 치과에 간답니다. 


우리가 가는 발렌시아의 치과는 가족 3대 치과의와 가족 3대 고객(?) 관계로 집안 사정을 뻔히 아는 그야말로 가정적인 치과랍니다. 그래서 함부로 다른 곳에는 갈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치과는 발렌시아에서도 알아주는 곳으로 주로 상류층이 가는 곳이랍니다. 헉?! 상류층?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리고 경쟁이 심해져 일반 치과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지만 말이지요, 제가 초창기 정착 때에는 좀 그랬답니다. 그러니 저 같은 외국인이 그런 치과에 가는 일은 그곳에서 상상도 되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때 당시 회상하자니 그렇지요. 


발렌시아 시내의 한 모습

피카소 판화 전시회가 있는 반카하(Ban caixa)은행



그 당시 신혼 시절, 산똘님은 6개월 출장을 나간 상태에서 말이지요, 저 혼자 신혼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답니다. 혼자 이것저것 하려니 좀 힘들기도 한 때였답니다. 스페인어도 배우지 않아 말도 통하지 않고, 근처 메르카도 센트랄(중앙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려니 좀 힘들기도 했답니다. 주말에 오는 남편이었지만...... 주중에는 제가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도 힘들고...... 

사랑니 하나가 고장 나 막 아팠고...... 

시청에 가서 등록해야 할 일들은 왜 그리 많은지...... 


혼자 하기 힘들어 산똘님께 투정을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오셨더랬죠. 


같이 물건도 사러 가고, 시청 가서 등록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냥 손짓 발짓으로 다 했지요. 

그런데 제가 가는 시장의 채소 가게를 지나가다 시어머니께서는 뭐라고 막 아주머니께 일러주고 있으셨습니다. 

앗! 평소 무뚝뚝한 저 채소 가게 아줌마에게 무슨 소릴 하실까? 

그리고 시청에 갔을 때에도 시어머님은 뭐라고 궁시렁 화를 내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시장 채소 가게는 시어머니의 단골 가게였고, 며느리 좀 잘 봐달라고 이르신 것이었답니다. 시청에서는 외국인이 편하게 등록하고 물을 편의 시설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나셨던 것입니다. 외국인 며느리의 고생을 보고 화를 내신 것이지요. 


그러다 치과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제 모습을 본 치과 직원들이 퍽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고객이 웬 동양인 여인을 데리고 온 것이야? 하는 분위기로 말입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제 존재에 놀라는 분위기였죠. 저는 사낭니가 잘못 되어 수술을 하여 빼야만 했었답니다. 그 수술(?)을 지켜보면서 시어머니께서는 비슷한 연세의 의사와 한참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스페인 사람의 한 수다는 세상이 다 알아주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뭔 일이지? 그 당시 스페인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으니 상황에 쫄아서 꿈쩍도 못하고 있었지요. 치료가 다 끝날 때까지 두 분은 뭔 이야기를 그렇게 하시는지...... 스페인은 보호자가 같이 들어와 치료 장면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소릴할까? 궁금하여 죽겠는 거에요. 


시어머니께서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답니다. 

그러다, 치료비를 내려고 할 때, 시어머니께서는 제 앞을 턱 가로막으시면서 돈을 대신 내 주셨습니다. 

아니라고, 그렇게 말려도 어머니께서는 당차게 거의 싸우듯 돈을 내고 나오셨답니다. 


바로 요 테이블 앞에서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 산똘님이 어찌저찌하여 그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바로......


사냥 좋아하는 치과 의사가 아프리카 가서 사냥하면서 흑인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비아냥 거린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평소 동물애호가이신 어머님은 사냥 가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는데,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친구 같은 의사와 토론을 하시면서 격하게 느끼신 것이지요. 



"깜둥이는 몇 세대가 지나도 부패에서 벗어날 수 없어. 흰둥이가 한 명 끼워줘야 잘 돌아갈 텐데......!"

"사냥하면서 왜 그렇게 돈을 요구하는지, 깜둥이 경찰도 그렇고, 가이드도 그렇고, 흰둥이를 이용하니......!"



이런 대화가 오갔다네요. 의사선생님은 별 생각없이 한 말인데 어머님은 인종차별적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고 하시네요. 게다가 앞에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 하는 동양인 며느리가 있으니 너무 안타까워 열을 내신 겁니다. 


그리고 역시나, 


"내 며느리 치과비는 내가 낸다!"며 보란 듯 그 의사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지요. 

'적어도 이런 이야기는 내 한국인 며느리 없을 때 우리끼리 하자'는 듯 말입니다.

비록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도덕적 양심에서 이런 이야기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는 것이 시어머님의 마음이셨다네요. ^^ 



적어도 외국인이라는 편견 없이 며느리를 마음으로 받아주신 어머님이 참 큰 사람이십니다. 제가 이곳에서 가장 감명 깊게, 사람으로, 편견 없는 그 모습 그대로를 보아주신 분, 그래서 참 감사하고, 그때 그 모습이...... 13년이 지난 지금도 명확하게 남아있답니다. 



뭐, 지금은 다 괜찮아진 사연이며,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말거니...... 그렇게 정년퇴직을 하시고 늦은 인생의 여유를 즐기시면서 속사정 다 아는 친구로...... 그렇게 지내고 계신답니다.  


이 고장이 자주 나는 산똘님... ㅠ,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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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nana 2014.11.14 08:10 URL EDIT REPLY
참 감며깊은 얘기네요
시어머닝 넘멋지고 의기로운분이세요
예쁜 딸 3명이 그냥 태어난 게 아니라
하늘에서 복을 내려주신 것 같아요
BlogIcon nana 2014.11.14 08:11 URL EDIT REPLY
출근길 전철안이라
오타투성이네ㅗㅡ
BlogIcon 화사한 2014.11.14 09:25 URL EDIT REPLY
나랑 친한 사람이 생각없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나 계급차별적인 말을 그만큼 실망이고 ..그렇죠?

시어머니의 의분이 마땅해서 우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생각없이 그런 차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아냐? 하고 말이죠

BlogIcon The 노라 2014.11.14 09:51 신고 URL EDIT REPLY
며느리도 옆에 있는데 친한 치과 의사샘이라도 인종차별적 언사를 하니까 시어머님께서 많이 불쾌하셨군요.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어머니시네요. 홧팅, 시어머님~! ^^*
그라시아 2014.11.14 10:19 URL EDIT REPLY
어저께 뉴스에서 봤는데 어떤 스웨덴인 버스 기사가 승객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버스 타는걸 거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보고 괜히 좀 씁쓸하더라고요.
피부색과 나라는 내가 골라서 태어날수도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산들이님 시어머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외국인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하고 살려고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산들이님 시어머님은 정말 너무너무 멋지세요.ㅋㅋㅋㅋ
2014.11.14 12:2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헐래앵 2014.11.14 12:30 신고 URL EDIT REPLY
멋진 시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사시길
BlogIcon 행동하는 2014.11.14 14:01 신고 URL EDIT REPLY
시어머님 정말 멋지시네요!!
2014.11.14 17:1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찬우유2014 2014.11.14 18:10 신고 URL EDIT REPLY
아무것도 모를때 지내기 정말 힘들었을것 같아요.
2014.11.14 19:1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cris 2014.11.14 22:28 URL EDIT REPLY
이건 좀 다른 얘깁니다만, 수년간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예상치 못한 면을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성격이나 정치성향도 잘맞고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다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알고보니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협오하고 있더라고요. 어찌나 황당했는지...;; 평소 노동문제나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호응하던 친구였기 때문에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수년간의 세월동안 봐왔던건 뭔가 싶고... 사람을 다시보게 되더라고요..... 무돌돌님 시어머님은 참 좋으신 분이네요.
2014.11.15 11:0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비단강 2014.11.15 14:35 신고 URL EDIT REPLY
무협소설에서 대인은 무술로 일가를 이루었거나
한 집단에서 우두머리 격인 사람을 호칭할때 쓰거나
어떤 경우엔 상대방을 높여서 부를때 쓰지만
우리는 인품이 뛰어난 사람을 대인이라고 하지요.

이런 의미의 대인이라면
산들이님의 시어머님이야말로
진정 대인이십니다.
luna 2014.11.16 03:51 URL EDIT REPLY
정말로 여그서 무슨 서류 하나 하려면 왜이리 기둘리고 또 기둘리고 징허네요.
산들님은 복받으신 거여요. 고부간으로 지내는건 동서양을 떠나 참 어려운거 같거든요.
신경 예민하고 연약한 며느리 였으면 아마도 우리 뽕여사 때문에 곰아저씨 일찌감치 마누라가 없을건데
워낙 낙천적이고 직설적인 돌려치기 순발력이 강해서 살아남아 이제는 3단 터보 여유가 생긴지라 모두가
평화롭게 망정이지....... 산들님이 그만큼 하니까 더욱더 시어머님이 마음 주시는것 아닐까요?
낯선곳 이방인으로 이런 행운도 달게라도 있으니 우리들은 참 행복한듯 싶으네요.
BlogIcon 탑스카이 2014.11.16 10:16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이 고장이 자주나서 어쩐대요?! #-#

사람의 편견이란게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생겨나는건지..
가끔은 정말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옳고그름의 판단조차도 되돌아 볼때도 생기더라구요.
내 생각을 너무 고집하는건도 좋지 않겠지만 다른이의 생각에 항상 이해.동조하는것도 아닐테고...
에궁.. 어렵다. >.<;;

하지만 인종차별은 정말 아닐거에요. 그쵸?
시어머님 짱!! ^ ^

친구네 2014.11.17 19:02 URL EDIT REPLY
아랫니가 자주 아프면 대장이 안좋은 것이고 윗니가 자주 아프면 위가 안좋은 것이라고 해유...
아마 산똘님은 추위를 많이 탈 것 같구만유(얼굴에도 써있어유)...
추위를 많이 탄다면 맥주를 많이 마시면 안좋대유...
지가 옛날에 한달에 두세번씩 맥주를 담갔는디...
몸에 맞지 않아서 그만 두었어유...
지가 몸이 냉하거든유....
댕씨 2014.11.18 05:52 URL EDIT REPLY
그런일이 있었군요..
저도 이가 자주 고장나는 사람이이요.
뱅기타기 전날까지 치과치료하고 왔답니다.
이아프면 이 수리비에 맘이 참 무거워요 ㅠㅜ

그나저나 참 훌륭하신 어머님이세요.
글 보고 매번 느끼지만...복받으셨어요~
근데 정말....산들님이 얼마나 딸같고 내사람같으면 그랬겠어요.
역으로 산들님이 친어머니처럼 생각한다는 뜻도 될것같구요 ^^

저희집 둘째는 신나게 놀고 어제 밤부터 열이 펄펄
유치원 안보내고 물어물어 병원가서 약 받아왔는데
차도가 없어요. 지금도 39도가 넘네요 ㅠㅜ
잘 넘어가겠지만 인석....보기와 달리 잔병이 많아 걱정입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봐요.
다들 건강조심하세요~!!
앗, 어제 장봐온 떡국 뜨뜻하게 해먹이고 재워요.
따뜻한더 먹이니 좋네요 ㅎㅎ
좋은밤 보내시길...^^
BlogIcon 세상에 이런 일도... 2014.11.22 22:35 URL EDIT REPLY
참 좋으신 시어머니 ㅡ
훌륭한 시어머니가 아들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한다
ㅡ 제가 만든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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