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쓴 포스팅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기름을 물 쓰듯 쓴다는 표현을 했는데요, 이것은 단지 강조를 위한 표현으로 '낭비'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밝힙니다. 그만큼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 생산량이 많아 이 올리브유가 일상에서 많이 쓰인다는 표현으로 썼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올리브유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에서 많이 쓰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튀겨내는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어 기름에 튀겨내는 스페인 음식이 느끼하다는 선입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쓰는 기름은 여러 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뜻밖에 건강하고 맛있습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 그리스식 지중해 음식이 세계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잖아요? 그만큼 원재료에 충실하고 건강하기 때문이지요. 그중 하나가 올리브유입니다. 올리브유도 다른 재료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쓰면 몸에 아주 좋은 건강한 기름이지요.
가정에서 올리브유로 음식을 거의 튀겨내듯 하고, 남은 올리브유는 따라 내고 (혹은 버리고) 다시 요리하는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 요리를 지난번 설명해드렸는데요, 많은 분이 그 기름의 뒤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질문해주셨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쓰고 남은 기름은 휴지나 신문지에 닦아 버리기도 했는데, 스페인에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버리더군요.
우리는 '기름을 버린다'고 하면 마치 '하수구에 버린다'는 이미지가 막 떠오르나 봅니다. 많은 분이 환경 오염 때문에 하수구에 버리는 일을 걱정해주셨는데요, 스페인에 살면서 보니, 이곳 사람들은 하수구에 기름을 절대 버리지 않더군요.
이들만의 기름 재활용법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일단, 튀김용 올리브유는 가정에서 재사용합니다.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번 튀겨내면 기름도 다 소비하기 때문에 거의 찌꺼기만 남아, 버리는 것도 아주 적습니다. 스페인 가정에서는 기름 재사용을 위해 항상 이런 용기를 준비합니다.
▲ 보통 튀김옷을 입히는 생선이나 채소를 튀긴 후 찌꺼기를 거르고 재사용합니다.
기름에 튀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음식을 기름에 잘 튀겨낼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 같은 경우는 작은 프라이팬에 반 컵 정도의 기름으로도 충분히 튀겨낼 수 있고요, 그 기름을 한 번 튀겨내고 버리면 아까우므로 잘 걸러서 다음에 또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 (엑스트라 버진 엑스트라 올리브유 경우) 12번 이상 튀겨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정에서는 그렇게 여러 번 튀겨낼 일이 없으므로 한두 번 이상 튀겨내면 바로 생수병이나 우유병에 넣어 재활용 컨테이너에 버린답니다.
▲ 스페인 가정에서는 다 쓰고 남은 기름은 이렇게 따로 보관하여 일제히 버립니다.
위의 링크는 관련글입니다. ^^
⊙ 스페인에서 기름을 버릴 때 세 가지 방법
1. 기름 받아가는 회사에 전화하면 직접 집에 방문하여 수거해갑니다. 스페인 내에 여러 회사가 있는데, 이런 회사는 집까지 방문하여 공짜로 수거해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또 다른 방법은 기름만 버릴 수 있는 컨테이너에 버리면 됩니다. 기름을 플라스틱병에 잘 밀봉하여 버리면 주 당국 재활용 쓰레기 회사에서 분류, 재활용합니다.
3. 나머지는 친구나 이웃이 하는 수제비누를 위해 기부합니다. 저도 주위에 비누 만드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여러 친구가 사용하고 남은 기름을 부탁합니다.
▲ 울퉁불퉁하지만 쓰임 좋은 비누 - 친구와 우리 아이들이 만든 비누입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알뜰살뜰하게 스페인 사람들도 기름을 처리한답니다.
이제는 하수구에 막 버리는 일은 이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번 스페인 시어머님 댁에 갔을 때도 사용한 기름을 잘 밀봉한 플라스틱병을 보니, 이곳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른 스페인 사람들의 재활용 참여도도 아주 높고 말입니다.
▲ 하수구 NO! 병에 모아 버리기 OK!
여러분의 질문에 대한 답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기름을 함부로 막 쓰는 것이 아니라, 막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름 요령껏 사용하고, 재활용하고 있답니다. ^^*
여긴 고산의 거센 바람으로 인터넷이 불통이고, 마을에는 전기마저 나가 좀 고생입니다. 오랜만에 옛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을 사람들도 이 현대의 재해(?)에 조금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듯합니다.
'우리 집 태양광 전지 있어요~! 필요한 사람, 휴대폰 충전하러 오세요~!' 하는 사정까지 이르렀으니 아시겠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저는 그동안 또 준비한 이야기 한보따리 곧 풀도록 할게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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