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수제 맥주를 직접 담그는 남편이 전문 맥주심판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맥주를 많이 시음해봐야 제대로 맥주 세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오해는 금물, 맥주 좋아한다고 해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게 아니라, 맥주를 적게 마시면서도 좋아하는 전문가가 있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수제 맥주 및 유명한 펍이 많은 아일랜드 더블린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아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 우리 더블린 주말여행 다녀오자!"
하고 말입니다.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스페인.
더블린과는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걸리니 가볼 만하지요? 게다가 요즘 저가 항공사도 많고...... 그렇게 하여 두 달 전부터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 여행에 남편 친구들이 우연히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날짜가 우연히 겹치게 되니......! 다 함께 가기로 한 겁니다! 사실, 아파트 하나를 빌리는 데 서로 부담을 나눌 수 있어 함께 가면 재미있고, 좋을 것 같아 갔는데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하는 여행이라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인데 어찌 나잇대도 다른 게......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어우르는 사람들이라 무척 재미있었네요.
"남편~! 남자끼리 가는데 그냥 당신이나 다녀와."
처음에는 이런 말을 했지요. 다들 아내 없이 혈혈단신 여행하는데 우리만 부부라서 좀 이상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랬더니 산똘님이 그러네요.
"당신이 제일 먼저 가자고 했으니 빠지면 안 되지~!"
오잉?! 남자끼리 재미있게 다녀오라고 했더니 저보고 빠지지 말라면서 권유하네요. 그래? 그럼, 가보자.
▲ 그래서 함께 여행하게 된 네 명의 스페인 남자: 남편, 50대 초반 오스카 아저씨, 30대 후반 소노로와 미케
어찌 나이 많아 보이나요? 사실 공유보다 나이 어린 두 남자가 있는데 새치가 일찍 나버려 그렇답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 순수함이 묻어나 영화, [덤 앤 더머]의 장면, 장면을 보는 듯. 아주 웃긴 그룹이었습니다.
우리가 떠난 곳은 아일랜드의 더블린! 수제 맥주 하우스를 찾아, 이국의 풍경을 찾아......! 위의 사진은 스페인에서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인데요, 하늘을 보세요~! 엄청나게 파란 게 날씨가 참 좋아요. 하지만, 더블린에 도착했더니......! ㅜ,ㅜ
우리가 간 3박 4일, 운이 나빠서 그랬을까요? 대낮인데도 우중충한 분위기에 시력이 어두운 제게 치명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났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특별 효과를 넣어 그렇지만, 사실, 제 마음이 잡아낸 분위기는 위의 사진과 비슷했답니다.
기네스 공장 스카이라운지에서 보는 더블린 시내 풍경. 도시 건물이 스페인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발렌시아보다 낮더라고요. 분위기가 아기자기해서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
▲ 우리가 머물렀던 더블린의 아파트 내부는 이렇습니다. 아주 깨끗했고요, 6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죠. 보통 소파를 열어 2인용 침대로 사용할 수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었답니다. ^^*
남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좀 어색할 것 같았는데, 역시나 스페인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너무 편해서 그냥 친한 친구들과 여행 온 기분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너무 조잘조잘 떠들어서 매너가 없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 봅니다. 사실은 너무 유쾌하여서 하는 대화가 그렇게 들리기도 하겠지요. 사실, 여행 내내 너무 웃어서 주름이 백만 개는 더 생긴 것 같거든요. 친구들 하는 소리가,
"왜 다들 이렇게 시무룩하고 어두워?"
바쁜 더블리너들에게 하는 소리겠지만, 어딜 가든 현지인은 시간에 쫓기며 살기 때문에, 여행하지 않는 현지인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겠지요.
3박 4일, 우리는 아침 식사를 숙소에서 해결했고요, 나머지 점심과 저녁은 외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음식값은 스페인보다 좀 비쌌지만, 마시는 음료는 왜 그렇게 비싼지요! 특히 맥주는 눈 동그랗게 뜰 정도로 더 비쌌습니다. (아하~! 그래서 영국이나 아일랜드인이 주말 여행으로 스페인 오면 그렇게 술을 마시는구나! 이유를 알겠어요.) 한국보다도 조금 더 비싼 느낌이 났어요. 수제맥주는 일 파인트로 6유로(약 8천 원) 이상이었습니다.
▲ 1일째 아침 식사
재미있게도 스페인 사람들이라 올리브유과 하몬(Jamón, 스페인식 생햄), 초리소(chorizo, 스페인식 염장 파프리카 가루 넣은 소시지) 등을 챙겨왔더라고요. 마치 한국인이 외국 나가면 고추장 챙겨가듯이 말입니다.
▲ 2일째 아침 식사
▲ 3일째 아침 식사
빵과 치즈, 달걀 등은 전날 밤, 마트에서 샀고요, 다음 날 아침, 이렇게 간단하게 준비해서 아침식사를 했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관광하러 나갔습니다.
▲ 점심과 저녁은 시내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는데요, 요즘 핼러윈 분위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니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으로 느끼는 아일랜드와 스페인인으로 느끼는 아일랜드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동화 같은 더블린 풍경이 스페인인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아기자기한 건물이 일단은 무척 독특하게 다가왔고요, 도시 자체의 풍경도 제게는 이국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남편에게는 약간 혼란한 느낌이 일었나 봐요. 그러고 보니, 스페인의 도시 계획은 정형화되어서 길거리에 아무거나 놓아둘 수가 없답니다. 건물과 건물 외관을 중요시하는 스페인이다 보니, 더블린의 다양한 건물 외관에 다들 놀라더라고요. 그런 면으로 남편은 이런 소릴 하네요.
"약간, 한국적인 느낌이 나네."
헉?! 아일랜드와 한국이 비슷한 느낌?! 금시초문인데?!!!!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맞긴 맞네요. 딱딱 건물건물이 테트리스처럼 맞아들어가는 스페인과 비교하면 더블린과 한국의 건물은 들쑥날쑥한 분위기가 약간 비슷하긴 비슷했나 봅니다.
요즘 핼러윈 시즌이라 이렇게 분위기에 맞게 꾸며놓은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도시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기 때문에 건물 외관에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더블린에서 본 건물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보이는 곳이 많았네요.
아일랜드는 맥주로 참 유명하잖아요? 그에 맞게 다양한 펍(Pub)을 다니면서 맥주 시음을 해봤습니다. 남자 네 명이라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실 줄 알았는데, 웬걸~~~ 스페인 남자들 말만 많았지, 술은 정말 조금 마시더라고요. 술 한 잔으로 하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기네스 공장에 방문하여 전시 및 이벤트도 했고, 한 잔씩 시음도 했습니다. 저는 흑맥주~ 다 못 마셨습니다. 일 파인트 너무 커서, 마시다 금방 질려 친구들 줬어요.
이 여행에서 저는 기록을 맡아 사진 및 동영상을 주로 찍었답니다. ^^* 주문은 산똘님, 길 안내도 산똘님, 음식은 오스카 아저씨, 내 사진 찍어주기는 미케, 소로노는 웃음 담당.....
우리는 더블린 시내 구경도 했지만, 해변에도 갔답니다. 샌디마운트(Sandymount)에 가서 거닐어보는데 날씨가 우중충해도 분위기 하나는 참 좋았네요. 그곳에는 큰 갯벌이 있었는데, 산똘님이 한국인은 갯벌에서 조개를 캔다는 소리를 친구들에게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다들 조개를 한번 캐보고 싶어 난리 났습니다. 그냥 손 담가 조개 줍는 형태로 하나 획득했는데, 어? 어? 어? 먹어보기까지!!! 알고 보니 이 조개 먹은 사람은 갈리시아인이었습니다. 스페인 갈리시아는 바닷가 지방이라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봐요.
▲ 멋진 분위기의 샌디마운트
▲ 얼굴 인식 이모티콘 사진 가르쳐줬더니 다들 난리~
다리에서 반사된 제 얼굴 찍으니, 자기들도 한다고 따라 함.
3박 4일은 너무 짧은 일정이었지만,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도 가서 아일랜드인의 역사도 함께 습득했답니다. 더블린에서 본 이들은 참 활기차고 씩씩한 분위기가 흘렀답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도 그렇게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들 요리조리 잘 피해서 자전거를 타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버스가 승객을 내리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자전거 운전자들은 꿋꿋하게 운전을 하더라고요.
'버스' 하니까 그런데요, 더블린은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버스가 굉장히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낮은 건물이 많은 이곳에 이층 버스가 도로를 채우면서 다니니 정말 신기했답니다. 버스도 노란색이어서 참 이쁘고요.
더블린 버스도 티켓이 여러 종류가 있어 기호에 맞게 골라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답니다. 다음 포스팅에 올려볼게요. ^^*
아일랜드는 영국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언어도 영어와 아일랜드어(Gaeilge)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일랜드어는 인도유럽어족 켈트어파가 사용하던 언어라고 합니다. 마침, 스페인 갈리시아인이 함께 여행했는데, 켈트어와 비슷하다(?)며 한소리를 했습니다. 또한, 스페인에서 켈트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갈리시아인들은 이곳의 켈트 문양에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비슷하다고......
그러고 보니, 역사와 문화는 유동하면서 영향을 받고 주는 관계가 확실하네요.
아일랜드인은 참 거친 듯하면서도 확실히 긍정적인 느낌이 났습니다. 언어 발음이 그래서일까요? 유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일랜드 전통 음식이 먹고 싶어 유심히 거리를 돌아다녔는데요, 조금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관광지라 그런지, 장소를 잘못 찾아가 그런지 다들 햄버거를 먹더라고요. 어쩌면 더블린에서 대중화된 음식이 햄버거가 아닐까 합니다. 피시 앤 칩스와 더불어 말이지요.
피시 앤 칩스도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하여 찾아가 봤더니...... 제 입맛에는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진짜 가정식 없나? 하면서 찾아본 곳이......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었지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아일리쉬 스튜(Irish stew)였습니다. 맛있었어요!!!
▲ 스프, 스튜, 햄버거, 라자냐 등 다양한 국적 불명의 음식이 있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느낀 이국의 모습, 참 신선했습니다. 왼쪽으로 운전하는 것에서 플러그까지...... 흐린 날의 풍경과 거리의 젊은이들. 게다가 더블린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어서 참 새로웠습니다. 인도 아가씨가 운영하는 테이크 아웃 음식점도 신선했고, 마트에서 파는 물건도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스페인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벌써 강산이 변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젊은 생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 친구 아내들도 왔으면 참 좋았겠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다들 일정이 맞질 않아 오질 못했네요. 다음에는 여자들끼리 가는 여행 어떨까?
▲ 동영상도 편집해봤어요.
☞ https://www.youtube.com/kimtuber
(제 유튜브 채널입니다. ^^;)
아니야! 올웨이즈 투게더(always together)~! 누군가가 우리끼리 가야 한다고 톡을 보내오네요. 하하하! 중년이 되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줄 상상도 못 했네요. 정말 즐거운 추억이 된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느낀 신기한 더블린의 모습을 한번 포스팅해볼게요.
즐거운 날 되시고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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