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지요? 아~~~ 스페인에 있으니 우리 명절이 언제인지 뉴스를 보지 않으면 정말 알 수가 없네요. ㅠㅠ
한국이 명절이라니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는 요즘입니다. 한국 사람으로 해외 계시는 분들은 이런 기분 다들 이해하실 거예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까지 명절 보내지 못하고 살아온 해가 몇 년인데...... 올해도 그렇게 지나가리라~~~ 싶습니다.
요즘 우리 가족은 해발 1,200m 고산에서 주말마다 도시로 내려간답니다. 자꾸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는데요, 갈 때마다 그래도 시부모님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편안하고 좋답니다. ^^*
오랜만에 도시에 가면 또 색다른 도시의 분위기가 참 큰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답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살았었지~~~ 얼마 만이야~~~ 가끔 문화생활도 그리워지고 말입니다.
시부모님댁에 머물면서 가끔은 아이들 맡기고 미술관에도 가고 싶은데,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그래도 일일이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지난주에는 정말 아이들을 맡기고 남편과 둘이 외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방을 챙기면서 저도 모르게 가방에서 이 물건을 꺼냈습니다. 항상 몸에 지니고는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가방 속에는 모셔두고 있는 물건이었지요. 노란 리본!
그런데 이 노란 리본을 보신 우리 시어머니 두 눈이 깜짝 놀라 번쩍하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산들무지개야....... 너 노란 리본을 하고 다니는 거니?"
"아니요. 그냥 가방에 넣어 다녀요."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노란 리본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인데 스페인에서는 까딸루냐 독립을 지지한 정치인을 감옥에서 풀어달라는 의미로 달고 다닌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없어 후다닥 외출을 하고 남편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왔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무척 걱정되시는 얼굴로 저녁을 드시면서 저에게 그러셨답니다.
"너는 노란 리본이 무슨 의미인지 아니?"
"그럼요! 스페인에서 까딸루냐 정치인 해방을 위한 의미잖아요."
"그래, 난 네가 까딸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란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단다."
이렇게 걱정하시면서 제게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아~~~ 한국의 노란 리본을 스페인의 노란 리본으로 오해하셨구나! 진작 설명해드릴 걸~~~ 이렇게 말을 떼려고 하는데, 남편이 옆에서 그럽니다.
"엄마! 산들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노란 리본은 한국 노란 리본이야. 스페인 노란 리본이 아니야."
이렇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한국의 노란 리본의 의미를 설명해드렸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또 걱정되시는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한국 노란 리본, 여기서는 절대로 달고 다니지 마라. 며칠 전에 누가 노란 리본 달고 다니다 반대파 그룹한테 떼로 맞았다고 하더라. 폭력이 무서운 거야. 게다가 마드리드에서도 어떤 기자가 노란 리본 달고 다니다 또 폭력을 당했다고 하더라. 너도 혹시 모르니 꼭 노란 리본은 달지 말아라. 한국 가면 해라!" 하고 말이지요.
오! 괜히 걱정하셨네요. 저도 스페인의 몇몇 극우주의자들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상황을 만난 적은 없지만, 하도 말을 많이 들어서 항상 조심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우리 시어머니께서 간 떨어질 정도로 걱정하셨다니...... 괜히 미안해지고 고마웠답니다.
스페인 여행을 하시는 한국 여행자들께도 말씀 드릴게요. 현지인조차 이렇게 폭력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이니 노란 리본은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제 하늘에 뜬 이 달도 곧 보름이겠어요!!! 여러분도 즐거운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요, 저도 이 먼 곳에서 안부와 감사의 인사, 여러분께 날릴게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한가위처럼만 행복하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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