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이 자취를 감추고 돌아오지 않던 지난달 7월, 닭장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은 암탉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수탉의 울음소리 대신, 낮게 깔린 고요와 함께 암탉은 어느 날부터 알 위에 몸을 포개기 시작했지요. 그 작은 체구의 결심은 참으로 단단했어요. 홀로 미동도 없이 그 고요 속에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투사처럼 보였으니까요. 얼마나 움직이지 않았는지, 혹시 죽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일부러 찾아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니까요. 그때마다 저는 움직이는 눈을 보고 안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암탉이 품은 알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확실한 유정란인지도 모르고, 어떤 알은 너무 오래돼 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암탉이 알을 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