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저지른 일에 남편이 혼내지 않은 이유
뜸한 일기/부부

새벽 일찍 일어나 외출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오늘 쉬는 날이라 둘이 오붓(?)하게 도시에 나가 장보기를 했지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이라 보름마다 장을 꼭 봐야만 하는 환경에 있답니다. 

오늘의 주된 장보기는 남편의 사륜구동 오토바이 부품을 사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3년 전, 잦은 고장으로 마구간에 넣어두고 고친다고 하면서, 자꾸 미루더니 며칠 전에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오늘 장보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며칠 전, 마구간에 갔던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돌아오며 하는 소리가 청천 날벼락이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내 오토바이 주유구에 흙을 잔뜩 넣어놨어!!!" 

정말 듣고도 믿지 못할 말을 남편이 하는 겁니다. 아니, 누가 우리 마구간에 일부러 가서, 주유구를 열고 그 안에 흙을 집어넣는단 말이야? 

당연히 남편은 붉그락푸르락한 얼굴로 걱정을 합니다. 

"잘못하면 이거 고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지도 몰라." 

그리고는 주유구에 들어간 흙을 어떻게 빼야 하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저도 옆에서 혼잣말로 이런 소리를 했죠. 그랬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한 짓일 거야." 

헉?! 아이들이?! 세상에! 

하긴 저도 어릴 때 이런 일을 저지르기도 했죠.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 많은 일들을 저지르고 다닌 듯하고, 학교 유리창도 깬 것 같고...... 여러모로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정말 뜻하지 않게 일을 저지르죠. 그래서 부모님께 엄청나게 혼난 기억도 납니다.

 

▲ 남편이 점검하고 있는 오토바이에서 아이들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합니다.

"얘들아~!" 

드디어 남편이 아이들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아이들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지요. 

"혹시, 너희들, 아빠 오토바이 주유구에 왜 흙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알겠니?"

그랬더니, 아이들이 서로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잇지 못합니다. 

"주유구가 뭐야?"

누리가 주유구가 뭔지 묻습니다. 

"응~! 아빠 오토바이에 보면 뚜껑을 돌리면 열리는 곳이 있잖아?!"

그랬더니 둘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아~!" 

"누가 그랬는지, 지금 다그치는 게 아니라, 왜 흙이 들어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볼 뿐이야."

그제야 아이들도 안심이 됐는지 그럽니다. 

"아빠! 사실은 지난해에 친구들 놀러 왔을 때 아델리나, 아이샤, 에릭, 아르나우랑 같이 놀다가 그곳에 흙을 넣었어!" 

사라와 누리가 말을 잇습니다. 

아~~~! 아무렴, 그렇지. 누가 일부러 찾아와 고의로 그럴 리가 없지요. 

'너희들, 이제 아빠한테 혼날 준비나 단단히 해라~!' 

속으로 저는 이런 말을 했지만, 제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아이들 눈을 쳐다보면서 그럽니다. 


"얘들아~! 이제 이런 장난은 절대로 하지마~! 아빠가 모르고 그냥 오토바이 작동했다면 큰 사고가 났을 지도 몰라. 앞으로는 어른 물건이 방치됐다고 막 만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해. 어른 물건이 의외로 위험할 수가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이 모르고 장난으로 한 일이 어떤 때는 엄청나게 나쁜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단다. 이 오토바이 고치는 데에도 어쩌면 엄청나게 큰 돈이 들어갈 수가 있어. 이런 사실을 너희 친구들에게도 말해줘야 해. 알았지?"

이렇게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아이들도 아빠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고요. 함께 걱정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오토바이를 고칠 수 있냐고 아빠 곁에서 무척이나 미안해합니다. ^^;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니 아빠와의 대화가 통했나 봅니다. 

▲열심히 고치기 시작한 남편

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일 있으면 다른 부모들 찾아가 보상하라고 막~~~ 그런 분위기였는데 산똘님은 다르네요. 그래서 조용히 남편에게 왜 혼내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내가 잘못한 일인 걸~ 뭐~~~ 주유구를 꽉 막아놓지 않은 내 잘못이 더 커. 게다가 오토바이를 3년이나 문 없는 마구간에 방치했으니 더 그렇고. 아이들이 뭘 알겠어? 혼낸다고 해결할 일도 아니고, 아이들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이들이 일을 저지를 것 같으면 어른들이 미리미리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차단하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렇게 못했잖아? 그러니까 내 잘못이 더 큰 거야. 앞으로 애들 손이 닿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해야지. 이게 어른들이 할 일이잖아?" 이러는 겁니다. 

'아~~~ 그래, 이게 정답이다.' 맞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윽박지르지 않아 참 좋았습니다.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아이들에게 같이 생각할 기회를 줘서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이제 쓰레기통으로?! 


아니요. 문제를 풀고자 하는 남편의 그 의지로 결국 주유구에 들어갔던 흙은 전문청소업체 청소기로 다 흡입해버려 깨끗이 없앴다고 하네요. ^^* 휴우우~ 다행이다. 

그렇게 이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오토바이는 다시 재점검에 들어갔고요, 앞으로 다시는 아이들이 일을 저지를 수 없게 남편은 철저히 살피고 있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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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89 2019.01.22 06:24 신고 URL EDIT REPLY
흙을 비우는데 돈이 많이 안들었기를 바래요!
아무튼 오늘도 역시 부모 되는건 쉽지 않다며 감탄합니다~
한국이든 스페인이든, 화가나도 저렇게 반응하는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다들 사람이니까요!
근데 흙을 채워놓은 이유가 더 궁금한...
아니 아이들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ㅎㅎ
설마 기름대신 흙으로 작동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요 ㅋㅋ
그것도 한번 물어봐도 재미있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2:58 신고 URL EDIT
아이들이 동네 아이들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논 것 같아요. 주유구 자체를 모르니...... ^^;
사실, 산똘님 무서울 때 진짜 무서운데 또 이런 일에는 한없이 관대하게 말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다른 애들 왕따 시킬 때는 아주 크게 혼내주더라고요. ^^*
박동수 2019.01.22 07:52 신고 URL EDIT REPLY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현상을 한번 더 생각한다는게
저 역시 알면서도 쉽게 아니됩니다.
산똘님 많이 배운 분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라와 누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산똘님은 막막할 듯 싶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0 신고 URL EDIT
하하하! 많이 배운 분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어요. 사실, 일상에서 이렇게 교육 받은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그러게 처음에는 막막해하더니 지금은 문제 해결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아자! 박동수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젊은느티나무 2019.01.22 09:19 신고 URL EDIT REPLY
눈높이교육이라는 말이 생각나요. 산똘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한 것이죠. 참 생각이 깊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 앞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쉬운데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1 신고 URL EDIT
그래서 산똘님한테 저도 많이 배운답니다. ^^*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항상 동기 부여를 가질 수 있어 제게는 좋은 동반자가 되고 있답니다. ^^*
젊은느티나무님~ 오늘도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은똥c 2019.01.22 09:37 신고 URL EDIT REPLY
역시 산똘님은 말하나하나가 명언인듯 싶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2 신고 URL EDIT
은똥c님이 과대하게 칭찬해주신 거예요 ^^* 몸둘 바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단점도 많은 사람이랍니다. ^^:
BlogIcon 예스투데이 2019.01.22 10:46 신고 URL EDIT REPLY
와.. 진짜 좋은 아빠다..
저도 이제 3년차 초보 아빤데, 꼬맹이가 사고를 칠 때마다 욱~ 하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산똘님이 자녀 대하시는 방법, 저도 꼭 배워야겠어요.
아이들의 잘못에 대해 무조건 혼내기부터 한다면, 아이들이 잘못을 숨기고 거짓말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의 고민이나 문제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기 위해서도 산똘님의 방법대로 아이들을 가르쳐야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3 신고 URL EDIT
3년 차 초보 아빠이시군요! 그런데 3년 차든 30년 차든 다 초보 부모인 마음이랍니다. ^^* 저도 지금 아이들 키우는 일이 처음이라 아직도 여전히 배우고 있어요.
3년이면 얼마나 귀여울까!!! 먼저 사랑스러운 아이가 떠오르네요. ^^ 그러게 평생 부모되는 법을 배운다고 하더니, 같이 힘내요. 아자!!!
키드 2019.01.22 10:48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현명하세요~~배울점 참 많은 사람이네요.맞아요.아이들이 뭘 알고 그러진 않았으니 단속 안한 어른 잘못이 맞아요.그래도 화나서 욱 할수 있을텐데~~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5 신고 URL EDIT
그래서 산똘님은 항상 그러더라고요.
아이들 눈에 보이는 곳에 위험한 물건 두고, "만지지 마"하는 일은 정말 좋지 않다고...... 아이들이 만질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미리 차단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네요. ^^
그런데 욱할 일에는 욱하는 아빠이기도 하답니다. ^^* 정말 욱할 일은 또 다른 종류의 일이더라고요.
자유 2019.01.22 11:16 신고 URL EDIT REPLY
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져 오네요. 저의 아버님은 작은 실수조차 호된 꾸지람으로 야단치셨지요. 무섭고 불안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저의 자식은 자상한 아빠밑에서 자라기를 소망했는데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한없이 부럽기도 하고 제가 그리던 아버지상이라서 감격의 눈물이 나는걸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6 신고 URL EDIT
저도 그래요. 가끔 우리 아빠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답니다. 슬프기도 하고......
가부장적인 전형적인 옛날 아빠라 ㅠ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답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 아이들이 무지무지 부럽답니다. ^^
BlogIcon 조수경 2019.01.22 11:19 신고 URL EDIT REPLY
오마나...!!
아이들의 놀이에는 언제나 변수가~
그럴때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다치지만 않으면 모든게 용서되지요.
그러나 오토바이 상황은 정말 역정을 낼
화나는 일 일수 있는데
산똘님 대화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다그치듯 질문이 아닌 궁금해 묻는...!
산똘님의 현명한 대처에 늘 감동입니다.
산들님께서 사람보는 탁월한 눈을
가지신거죠~~?!😋
"산들님, 출판도서 예고편을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맞는 기분 어떨지 아실까요?!!"
♡이 또한 감동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09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러게 아이들 놀이의 변수를 어떻게 막을까 그게 요점이네요! ^^*

대화의 기술! 정말 외국 살다 보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그냥 막연히 선입견으로 판단하여 겪는 문제에 스트레스 많이 받더라고요. 그래서 속에 있는 말 기분 상하지 않게 대화로 풀 수 있는 기술이 정말 필요하답니다. ^^ 저도 그런 기술을 깊숙이 터득해보고 싶네요. ^^
예고편 기쁘게 읽어주셔서 저도 넘 좋아요~~~

missmou 2019.01.22 14:42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이 참 지혜롭게 말씀하시네요.
우리는 보통 혼을 내고 나중에 쓰담쓰담해주잖아요.
혼을 내면 사실보다 혼날게 두려워서 거짓을 말할때가 많지요. 그러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데
우선 방치한 자기의 잘못과 아이들이라서 모르고 행동할 수 있다는걸 상기하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11 신고 URL EDIT
그러네요. 나중에 쓰담쓰담하다 얼마나 눈물 많이 흘렸는지 저도 기억이 나네요. 폭풍 눈물 서럽다는 말이 올 정도로...... ^^; 지금 생각하니 그랬던 것 같은데...... 그것도 다 추억이네요.

우리 아이들은 가끔 학교에서 무슨 일 때문에 슬퍼지면 제가 쓰담쓰담해주는데 "왜 서러워?" 이렇게 한국 말로 물어보면 얼마나 폭풍 오열을 하는지...... 서럽다는 말을 다 이해하는 것 같아요.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응어리를 다 풀면서 우는 아이들 보면 그저 신기하답니다.
BlogIcon Esther♡ 2019.01.22 16:41 신고 URL EDIT REPLY
보육현장에서 일하면서 솔직히 안그래야지...!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어느 순간에 누가 그랬니??하고 나무랄 때가 있더라구요...!^^;; 교통사고로 한참 전에 내려놓은 지금 왜 그랬나 하는 반성과 진짜 표본으로 하시는 산똘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2 23:13 신고 URL EDIT
Esther님 ^^* 그런 부분, 누구나 다 있답니다. 저도 가끔 욱하고 아이들 혼내는데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참 싫더라고요. 좀더 신중하고 화내지 않도록 저도 노력하고 있답니다.

교통사고로 그만 두셨군요. 쾌차는 이미 하신거죠? 아무쪼록 큰 후유증 없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하루하루 행복하세요~~~
BlogIcon 호건스탈 2019.01.23 11:53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무지개님엄격하는 것보다 다정하게 교육하는 것이 좋은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산들무지개님언제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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