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아이들이 저지른 일에 남편이 혼내지 않은 이유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9. 1. 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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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외출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오늘 쉬는 날이라 둘이 오붓(?)하게 도시에 나가 장보기를 했지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이라 보름마다 장을 꼭 봐야만 하는 환경에 있답니다. 

오늘의 주된 장보기는 남편의 사륜구동 오토바이 부품을 사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3년 전, 잦은 고장으로 마구간에 넣어두고 고친다고 하면서, 자꾸 미루더니 며칠 전에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오늘 장보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며칠 전, 마구간에 갔던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돌아오며 하는 소리가 청천 날벼락이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내 오토바이 주유구에 흙을 잔뜩 넣어놨어!!!" 

정말 듣고도 믿지 못할 말을 남편이 하는 겁니다. 아니, 누가 우리 마구간에 일부러 가서, 주유구를 열고 그 안에 흙을 집어넣는단 말이야? 

당연히 남편은 붉그락푸르락한 얼굴로 걱정을 합니다. 

"잘못하면 이거 고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지도 몰라." 

그리고는 주유구에 들어간 흙을 어떻게 빼야 하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저도 옆에서 혼잣말로 이런 소리를 했죠. 그랬더니 남편이 그럽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한 짓일 거야." 

헉?! 아이들이?! 세상에! 

하긴 저도 어릴 때 이런 일을 저지르기도 했죠.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 많은 일들을 저지르고 다닌 듯하고, 학교 유리창도 깬 것 같고...... 여러모로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정말 뜻하지 않게 일을 저지르죠. 그래서 부모님께 엄청나게 혼난 기억도 납니다.

 

▲ 남편이 점검하고 있는 오토바이에서 아이들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합니다.

"얘들아~!" 

드디어 남편이 아이들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아이들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지요. 

"혹시, 너희들, 아빠 오토바이 주유구에 왜 흙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 알겠니?"

그랬더니, 아이들이 서로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잇지 못합니다. 

"주유구가 뭐야?"

누리가 주유구가 뭔지 묻습니다. 

"응~! 아빠 오토바이에 보면 뚜껑을 돌리면 열리는 곳이 있잖아?!"

그랬더니 둘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아~!" 

"누가 그랬는지, 지금 다그치는 게 아니라, 왜 흙이 들어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볼 뿐이야."

그제야 아이들도 안심이 됐는지 그럽니다. 

"아빠! 사실은 지난해에 친구들 놀러 왔을 때 아델리나, 아이샤, 에릭, 아르나우랑 같이 놀다가 그곳에 흙을 넣었어!" 

사라와 누리가 말을 잇습니다. 

아~~~! 아무렴, 그렇지. 누가 일부러 찾아와 고의로 그럴 리가 없지요. 

'너희들, 이제 아빠한테 혼날 준비나 단단히 해라~!' 

속으로 저는 이런 말을 했지만, 제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아이들 눈을 쳐다보면서 그럽니다. 


"얘들아~! 이제 이런 장난은 절대로 하지마~! 아빠가 모르고 그냥 오토바이 작동했다면 큰 사고가 났을 지도 몰라. 앞으로는 어른 물건이 방치됐다고 막 만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해. 어른 물건이 의외로 위험할 수가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이 모르고 장난으로 한 일이 어떤 때는 엄청나게 나쁜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단다. 이 오토바이 고치는 데에도 어쩌면 엄청나게 큰 돈이 들어갈 수가 있어. 이런 사실을 너희 친구들에게도 말해줘야 해. 알았지?"

이렇게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아이들도 아빠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라고요. 함께 걱정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오토바이를 고칠 수 있냐고 아빠 곁에서 무척이나 미안해합니다. ^^;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니 아빠와의 대화가 통했나 봅니다. 

▲열심히 고치기 시작한 남편

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일 있으면 다른 부모들 찾아가 보상하라고 막~~~ 그런 분위기였는데 산똘님은 다르네요. 그래서 조용히 남편에게 왜 혼내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내가 잘못한 일인 걸~ 뭐~~~ 주유구를 꽉 막아놓지 않은 내 잘못이 더 커. 게다가 오토바이를 3년이나 문 없는 마구간에 방치했으니 더 그렇고. 아이들이 뭘 알겠어? 혼낸다고 해결할 일도 아니고, 아이들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이들이 일을 저지를 것 같으면 어른들이 미리미리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차단하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렇게 못했잖아? 그러니까 내 잘못이 더 큰 거야. 앞으로 애들 손이 닿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해야지. 이게 어른들이 할 일이잖아?" 이러는 겁니다. 

'아~~~ 그래, 이게 정답이다.' 맞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윽박지르지 않아 참 좋았습니다.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아이들에게 같이 생각할 기회를 줘서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이제 쓰레기통으로?! 


아니요. 문제를 풀고자 하는 남편의 그 의지로 결국 주유구에 들어갔던 흙은 전문청소업체 청소기로 다 흡입해버려 깨끗이 없앴다고 하네요. ^^* 휴우우~ 다행이다. 

그렇게 이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오토바이는 다시 재점검에 들어갔고요, 앞으로 다시는 아이들이 일을 저지를 수 없게 남편은 철저히 살피고 있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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