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 이웃이 준 정말 당황스러운 선물

산들무지개 2019. 10.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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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평야의 산들무지개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가족은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한답니다. 사실 주위에 가게나 쇼핑센터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요. ^^; 


그래서 때마다 채소를 재배해 먹기도 하고, 이웃이 주는 음식을 교환하기도 하고...... 가을이면 버섯 산행도 가고, 딸기며 체리며 복분자며...... 이것저것 열매를 따다 저장 음식도 만들기도 한답니다. 어쩔 수 없이 자연과 함께하니 자연의 리듬 따라 그렇게 생활하는 수밖에 없지요. 


(요즘은 호두가 나는 계절이라 호두나무 밑에서 호두 줍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시골 생활이 참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해요. 실제로 그렇게 느끼기도 하고요. 사실 며칠 전까지는 정말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을 정도로 제 적성에 잘 맞아 물개박수를 쳤답니다. 하하하! 그런데 며칠 전, 이웃이 아주 난감한 선물을 선사하여 저는 참...... 참으로...... 식겁했습니다. 


그 난감하네~ 짤이 절로 생각나고, 그 가락이 절로 제 입에서 나오더라고요. 


난감하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이 작은 스페인 마을의 교장 선생님이신 빅토르 선생님이 남편에게 선물 하나를 선사했답니다. 


그것은 자고로 멧돼지! 물론,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빅토르 선생님이 가끔 멧돼지 하몬과 멧돼지 튀김을 가져와 함께 먹기도 했지요? 그래서 멧돼지가 뭐 어때서요? 하고 물어보실 분이 계실 거예요. 으~~~~~~~ 그런데 빅토르 선생님이 글쎄 사냥하자마자 잡은 멧돼지를 산똘님(스페인 남편)에게 떡~하니 준 것입니다. 아~~~~~~~ 아니, 닭 잡아 털도 뽑지 않고 우리에게 선물한 적도 있는데, 이럴 수가! 이런 큰 멧돼지도 털도 뽑지 않고 선물하다니~~~!!!



난감하네~~~~♩♪♩♪♬♩


그러니 이 가락이 절로 나오지 뭐예요? 


그런데 산똘님은 완전 흥분했습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거지? 도전 정신이 갑자기 불끈 솟았는지, 그 선물을 거부하지도 않고 완전 좋아하는 거예요!


적어도 유기농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는 사실에 말이지요. 


사실, 시중에 판매하는 돼지고기보다 이 멧돼지가 더 고맙다네요. 비스타베야 숲속에서 자유롭게 잘 살았다고...... 

스페인은 사냥 시즌이 있는데, 사냥할 수 있는 시즌은 동물마다 정해져 있답니다. 요즘에는 멧돼지 사냥 시즌이라 마을 주민은 주말에 자주 숲으로 사냥하러 가는 듯해요. 



위의 글을 읽어 보시면 스페인의 사냥 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저 날 빅토르 선생님이 두 마리를 사냥했다고 산똘님한테 선물로 한 마리를 준 것입니다. 빅토르 선생님도 멧돼지 털을 제거하고 손질해야 하니 좀 힘드셨겠죠? 속을 비워 주긴 했는데 털은 남편이 다 제거하라고 줬네요. 산똘님은 열심히 인터넷 서핑하면서 정보를 익혔습니다. 



여러분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제가 찍은 사진 위에 덧칠하여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남편은 멧돼지 털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더라고요. 

배우면서 시골 생활을 한다고, 도시 출신인 남편이 이렇게 시골스러운 모습 보니 

정말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한 사람 같았어요. 

스페인 시골 사람들은 이런 일은 일도 아닌데......


스페인에서는 멧돼지 고기로 만든 하몬(Jamon, 스페인식 생햄), 소시지, 살치촌 등 

실제로 고급 식자재로 사용해 시중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답니다. 



그래서 산똘님은 열심히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 멧돼지 손질법을 배우더라고요. 


멧돼지 고기 먹을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한국에서 요즘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참 걱정이 많잖아요?!

스페인도 그렇답니다. 일단 자신이 사냥한 야생 멧돼지라도 반드시 수의사의 검사를 받고 

섭취해야만 한답니다. 


특히, 사람에게 해로운 기생충 검사는 반드시 해야 하고요. 




그래서 멧돼지 고기 손질하기에 앞서 여러 부위의 살을 수집하여 수의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지요. 


 


동물병원에 들어가는 산똘님. 

손에 있는 봉지에 멧돼지 고기 부위 여러 부분이 있습니다. 

이 검사하는데 약 10유로(우리 돈 약 12,500원) 


그리고 저 날 3시간 후에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멧돼지 고기 맛있게 드세요~!!!" 라면서요. 


우리는 왜 이 소식을 듣고 함성을 질렀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마치 축구 경기에서 이긴 것 같이......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고기 부위 다 바르느라고 지친 남편은 마을 창고 냉동고에 다 넣어뒀답니다. 

이제 우리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이 멧돼지 고기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하나!!!

그러게 멧돼지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한국인인 저는 참 난감하네요. 


시골 생활이 다 그런가 봅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겠다는 태도.

저 고기를 언제 다 먹을지는 모르지만, 감사히 또 감사히 멧돼지 고기 헛되지 않게 

먹기로 했습니다. ㅠㅠ




시골에 살다 보니, 별의별 것 다 겪는 듯해요. 

아침 시작하면서 저녁 끝나는 시간 

내가 이 자연에서 한 구성원으로 사는 존재. 

열심히 살아준 멧돼지에게 고맙고 또 열심히 생태적 유기 환경을 유지하려는 

이 자연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멧돼지에게 괜히 미안하지만, 양심적인 식단으로 그 미안함을 덜려고 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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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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