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폭우로 고립 직전까지 간 스페인 고산의 우리 가족 탈출기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4. 12. 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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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우우우! 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지금 막 집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살펴보다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씁니다. 아직 해가 쨍쨍 내려주지 않아 우리 집 태양광 전지는 겨우 50%의 전기만 충전되었답니다. 지난주 내내 해가 떠주지 않은 데다가 사흘 전부터 내린 폭우로 우리 집 전기는 바닥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오늘 오전에만 하루 땡~ 해가 떠주어 그나마 50%라는 전기량을 확보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스페인 고산에 폭우로 고립되다니 말도 안돼요! 하실 분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이곳의 고산평야는 분지형으로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노아의 방주처럼 그런 배 타입 평야를 이루는 것이지요. 문제는 배는 안전하겠지만, 이 분지는 물이 고여 제시간에 빠져나가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랍니다. 그런데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이 고산평야에 물이 빠져나가는 어떤 놀라운 것이 있다는 거죠. 그것은 요 포스팅 내용 중에 들어가겠습니다. 놀라운 것이니 잘 봐주세요!!! 


일단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날 밤의, 우리의 태평스런 모습을 봐주세요!!! 


비도 오겠다, 전기도 거의 바닥 수준이겠다, 집에서 따뜻하게 난로 피우고 놀자! 했었죠. 아빠와 딸 셋이서 피자 만들면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도 아주 잘 먹고 일찍 잠들었었지요. 그런데 잠자다 말고 무슨 소리가 똑! 딱! 똑! 딱! 들리는 것이에요. 

똑! 딱! 똑! 딱!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보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이런 거센 비와 바람을 동반한 폭우는 우리 집 천장을 다 뚫고 똑딱거리면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지요. 


아이고! 남편! 일어나! 하면서 긴급 활동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물세는 곳에 대야, 그릇 두기.


일단은 밤에 정신없이 이렇게 그릇과 대야 등을 동원하여 똑딱거리면서 떨어지는 물을 받았습니다. 쓰러진 돌집을 전문가가 아닌 우리 손으로 수리했으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남편과 야밤에 그 원인을 밝히면서 일을 진정시켰답니다. 


그런데 일이 진정되나요? 안 되죠. 날만 내린 비만해도 260리터였습니다

즉, 1리터짜리 생수병 260개가 우리 집 위로 날아온 것이지요.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빗물 받아 쓰는 우리의 고산 집 물 저수탱크가 빵빵해진다는 것이었지요. 


그 다음 날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똑딱거리면서 천장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회사 가려고 시도 하던 남편도 불어난 하천으로 갈 수가 없어 되돌아왔습니다. 



그 당시의 남편의 심정이 이랬습니다. 

"이곳에서 비 오는 내내 뭘 하고 지내? 심심한데 우리 탈출해서 애들 할머니 집으로 가자!"


제 마음은 그랬지요. 

"다 마음먹기에 달렸노라! 여기 비가 온다고 탈출한다고 다른 곳에 간들 좋겠느냐?"



그러자, 남편은 아이디어를 짜내어 "지금 비가 조금 그쳐서 물이 좀 줄었을걸.......! 애들 기차 여행 못 해봤으니까, 이 판에 기차여행과 지하철도 타보게 하는 게 어때?"


역시, 애들 경험을 위하자는 말에 전 또 동의하게 되어 그래, 가자고....... 이 비를 뚫고 한 번 가자고...... 그렇게 남편과 합의를 봤지요. "어디, 비싸이로마까 씨가 되어보자!" 


'비 사이로 막 가 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라 쓩 가고 있는데 저 길을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말라있던 천에 물이 굉장히 불어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나,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물이 넘쳐나고 있었지요. 아시다시피, 유럽은 겨울에 큰비가 한 번씩 내려 고생하지요. 


산똘님은 안 되겠다, 돌아가자면서 평원을 가로질러 물이 없는 곳만 밟아 가게 되었습니다. 잘못 들면 진흙탕에 갇혀 진퇴양난이 되기 십상인데도,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해보자! 하며 비싸이로마까 씨가 되었습니다. 


아! 우리의 고산평야가 물그릇이 되어 점점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저 포장도로! 

고마워라. 멀쩡하니 잠기지 않아 참 다행이었습니다. 


살다 살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는 남편.


아! 어떤 차는 운이 나빠서 물그릇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리카르도 소방관이 동료와 함께 차를 구출하고 있습니다. (아흐! 리카르도! 맨 앞에서 줄 가지고 있는 사람)


물이 정말 꽉 차있죠? 그런데 운이 좋게도 비스타베야 평야에는 하수구가 있습니다. 하수구? 네!!! 하수구!!!


물이 꽉 찬 비스타베야 간략 그림을 보면 위의 그림과 같답니다. 분지형 평야에 운이 좋게도 저런 귀뇨라는 하수구가 있어 물이 금방 세어나갈 수 있지요. 문제는 비가 워낙 많이 와서 속도가 느려 이렇게 물이 불어나는 것이지요.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는 우리의 페페 아저씨!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하수구가 나올까요? 나와요! 나와!


비가 오기 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하수구인데...... 저 돌을 덮어놨습니다. 혹시, 지나가는 동물이나 사람이 빠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저 돌로 하수구 막아서 고인 물이 잘 빠지지 않았던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오나, 평소에도 마을 사람들은 돌로 꽉 막아 놓는다고 합니다. 혹시 짐승이라도 떠내려가면 안 되니 말이지요. 


신기하죠? 


그래서 우린, 운이 좋아 비가 조금 그친 사이에 짜잔, 우리의 고산 평야를 탈출할 수 있었답니다. 



온 가족이 기차 타고 발렌시아로!!!


우와! 새로운 세상이다! 

기차역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미 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와! 여긴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야! 


기차역을 나오니......!

우와! 여긴 비가 내리지 않아! 

역시, 모험을 하길 잘 했어! 그러면서 우린 할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무사히......


무사히......

잘 지내다 이틀 후에 집에 도착하게 된답니다.

바로 지금 말이지요. 


문제의 물 탱크가 빵빵해졌는지, 제일 먼저 확인해봤습니다.  


두두둥! 


앞마당의 지하 물탱크 문을 열어봅니다. 


우와! 물이 가득 찼어.

3미터 높이의 물이 50센티미터 정도만 남기고 저렇게나 꽉 찼네! 

경사 났어! 경사 났네! 이제 이 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우리 부부는 좋다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댔습니다. 


끝.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무사히 폭우 피해 다시 온 우리 가족에게 사랑의 하트를 눌러주세요.

공감(하트♥)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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