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아이에게 배우는 타인과 관계하는 법

산들무지개 2019. 4. 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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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쌍둥이, 둘째 누리가 팔뼈가 부러져 요즘 깁스를 하고 다니는 사실, 이미 알고 계시죠? 꿋꿋하게 잘 견뎌내어 많이 호전되었답니다. 그래서 저도 푹 안심되었습니다! 이번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역시 성장하는 아이라 뼈가 쑥쑥 크면서 잘 붙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아직 완전하게 다 나은 것은 아니기에 20일 후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답니다. 긍정적으로 결과가 나와서 말이지요. 

그런데 병원에서 보니, 팔뼈가 부러진 다른 아이가 또 있더라고요. 

누리처럼 팔뼈가 부러진 또래의 남자아이가 엄마 손 잡고 의사 선생님을 보러 왔더라고요. 누리는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지나가는 그 남자아이에게 손을 막 흔들었습니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아이를 만났다는 기쁨에...... 

그 남자아이는 엄마 손 잡고 지나가다가 누리를 발견했는지, 머리를 뒤로 돌려 또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 끄덕이며 인사했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워!!!' 하는 얼굴로 이를 다 드러내면서 웃으면서 말이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순진무구한지...... 아이들은 편견이 없으니 쉽게 타인과 관계하는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우리 어른은 아이들과 또 얼마나 다른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번 (스페인) 발렌시아 할머니네 집 공원 놀이터에 간 일이 생각났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터를 둔 우리 가족은 가끔 도시의 할머니네 집에 방문하여 문화생활을 하기도 한답니다)

큰 공원의 놀이터라 아이들이 참 많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아는 친구 한 명도 없어 좀 심심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벤치에 앉아 가만히 보고 있는데....... 글쎄, 누리가 모르는 아이에게 자신을 소개하더라고요. 

"안녕, 나는 누리야. 너 나랑 친구할래?" 

하면서 아주 거침없이 물어보더라고요. 얼마나 웃긴지......! 다른 한 편으로는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누리를 보던 상대 아이가 그럽니다. 

"싫어. 나는 너랑 친구하지 않을래." 

얼마나 단호하게 말하던지, 제가 민망해서 누리에게 미안하더라고요. 어머나! 누리가 혹시, 거절 당해 마음이 아픈 건 아닐까? 싶었지요. 그런데 누리가 그 아이 앞에서 그러더라고요. 

"괜찮아. 친구하지 않아도 괜찮아. 안녕!" 


하면서 다른 곳을 향해 가더라고요.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아이에게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안녕, 나는 누리야. 너 나랑 친구할래?" 

아~~~ 시골 아이가 도시에 와서 도시 아이들에게 친구하자고 제안하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 모습...... 웃음도 나고,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오가더라고요.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살펴 보니, 누리는 벌써 다른 아이들과 온갖 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더라고요. 

아니!!! 거절 당할 것을 걱정하다 보면 친구 한 명도 못 사귈 것 같은데......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일단 부딪친 누리가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 민망함은 순간일 뿐이잖아! 

그렇게 그날은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다 여러 명의 친구도 사귄 알찬 날이었네요. 그러다 할머니 집에 돌아와 누리에게 조용히 물어봤죠. 

"누리야, 어떤 아이가 너랑 친구하기 싫다고 했을 때 어땠어?" 

그랬더니...... 누리가 하는 말이...... 


"엄마~! 난 괜찮았어. 뭐 자기가 친구하기 싫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그건 걔 문제고, 나는 다른 친구를 찾으면 되는 거야." 그러는 겁니다. 

하하하! 그래, 네 마음 상하지 않고 대처하는 법을 벌써 알고 있었구나. 괜히 어른들만 상대방이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가끔 우리는 상대의 기준에서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네요. 해외 생활하면서 누군가 나를 보면서 수군거릴 때 괜히 인종 차별한다 생각하는 일도 있고...... 내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판단하는 이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도, 내가 선의를 보였을 때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의도치 않게 타인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되는 일이 있는데, 역시 누리의 철학으로는 그건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누리처럼 생각하면 타인과의 관계가 훨씬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답니다. (물론, 내가 예의를 갖춘다는 전제는 있어야 하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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