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미궁보다 신기했던 스페인 아파트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11. 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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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계 여행하던 남편에게 제일 신기했던 곳은 파키스탄의 뒷골목이었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50년대 자전거 여행가 히어로 닥터 감상 댁에 간 일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집안 여성들이 뒷골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신기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니라 파키스탄에는 남자들이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여자들 전용의 뒷골목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 보러 갈 때도 그 좁은 길목을 여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다녀오는가 하면, 이웃 여성을 보기 위해 그 길을 오가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 신기했던가, 외지 남자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남편은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봤다고 합니다. 


제게는 스페인의 뒷베란다가 그런 영역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모양새가 되었을까? 미궁에 가끔 빠져들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왜 그렇게 느끼느냐구요? 지금부터 천천히 보여드릴게요. 


 


먼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부터 말씀드릴게요. 스페인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1층은 2층에서부터 시작된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말하는 1층은 바로 "0층"이 되겠습니다. 스페인에서 1층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엘리베이터 "0"을 눌러야 하는 것 아시죠? 


그런데 이게 미궁처럼 신기하느냐구요? 아닙니다. 


그럼 처음부터 차근히 제가 느낀 부분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스페인 아파트의 지하 차고는 그 건물 밑에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스페인 시아버님댁 지하 차고에 차를 넣을 때는 건물에서 한참 떨어진 뒷 건물 밑의 차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신기했답니다.실제로 전에 살던 곳의 차고는 한참이나 떨어진 다른 골목이었지요. 


스페인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은 반드시 아파트 밑에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정말 신기했던 부분은 다름 아니라 다음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바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면은 이렇게 아름답게 다닥다닥 붙여서 건물 공동체는 과연 어떻게 활성화될까 처음엔 궁금했답니다. 

알고 보니, 같은 건물이라도 주소에 따라 건물 공동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같은 계단을 쓰는 사람들이 건물 공동체가 되어 반상회도 열고 이웃 건물 회의도 하고 그런답니다. 


2. 한마디로 스페인에서는 같은 계단을 쓰는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건물회의, 이웃회의 밑 책임을 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건물주가 한 명이면 한 명이 다 책임을 져야하지만 보통 아파트인 경우는 이웃 회의가 있답니다. 관리비를 거둬 청소, 수리 등을 다같이 한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면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라도 한 층에 한 세대가 사는 것이 아니랍니다. 위치한 문에 따라 한 쪽은 다른 출입구를, 즉 다른 현관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3. 이렇게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번지수를 모른다면 절대로 저 아파트 위층에 들어갈 수가 없답니다. 뭐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OO건물 1층에 있는 곳이야."라고 집을 가르쳐준다면 절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랍니다. "20D의 3(역시 번호입니다)호야."라고 가르쳐줘야 한답니다. 


4. 사실, 미궁처럼 신기했던 곳은 따로 있답니다. 바로 정면이 있다면 뒷면은? 에 해당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스페인은 도로를 따라 건물 정면이 있으므로 정면 뒤에 뒷면은 없답니다. 정면 뒤에 정면이 있습니다. 너무 어려운가요? ㅁ 자형의 건물이 주로 있기 때문에 정면과 정면들이 만나 ㅁ 자 중앙의 파티오(Patio)를 형성한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파티오가 뒷베란다가 있는 곳이 너무 미궁 같았답니다. 사실 삶의 생살이 다 보이는 곳이 뒷베란다가 아닐까 합니다. 정면은 도시의 미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스페인에서는 정면에 빨래를 널지 않는답니다. 대신 꽃과 화분으로 장식하지요. 



5. 이곳이 스페인 아파트의 뒷베란다가 있는 공간 ㅁ 자형의 파티오입니다. 하루종일 빛이 안 드는 곳도 있으나 지중해성 기후라 빨래를 널면 언제나 금방 마른답니다. 이곳도 참 신기합니다. 왜냐하면, 앞에 보이는 집 현관 입구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 때문에 그렇답니다. 저 귀퉁이에 있는 삼층 집은 어떤 문으로 들어가야 할까? 한참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전에 살던 집에서 항상 일요일만 되면 아프리카 출신 교인들이 노래하고 춤추던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요, 이사 가기 전까지도 어느 정면 현관 문에 어떤 건물이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들어오지 않으면 모를 속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게하는 뒷베란다인데요...... 이 파티오 바닥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 보실래요?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이 파티오는 1층, 즉 한국으로는 2층집의 뒷마당입니다. 즉, 0층 한국식으로 1층의 가게 지붕이 되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는 보통 0층에는 가게를 두고 플란타 바하(Planta baja)라고 합니다. 이곳은 2층 아파트를 사면 얻는 한 공간이지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답니다. 


그런데 불편하다면 이 2층집 사람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것들에 잘 대답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잉? 뭔 소리여? 하실 분을 위해...... 


6. 그러니까 뒷베란다에 빨래를 너니, 빨래든, 집게든 좀 떨어진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제일 처음 스페인 생활을 할 때 우습게도 두려웠던 것이 베란다에서 빨래 널다 빨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떨어져버려 실례를 무릅쓰고 2층집 아줌마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답니다. 



위의 화살을 보시면 이렇게 집게 등 빨래가 떨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러니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2층 이웃집과 관계를 돈독히 하셔야합니다. ^^;

 


스페인 뒷베란다에서는 가끔 이웃과 수다를 떨기도 한답니다. 베란다가 딱 붙어있는 곳은 말입니다. 실제로 저희 시부모님 계시는 아파트는 그런 형태라 빨래 널 때마다 신나는 대화를 하신다고 합니다. 



정말 뒷베란다는 빨래하는 장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종 청소 기구도 알뜰하게 보관하고 빨래만 전문으로 하는 싱크대가 있어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답니다.  



그래서 뒷베란다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빨랫줄에 옷을 넙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긴 빨랫줄은 과연 어떻게 옷을 너는가요?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지중해에서 흔히 보는 빨랫줄 모습이지요? 창문과 창문 사이의 빨랫줄...... 



간단하게 도르레 형식의 빨랫줄을 사용해 한 곳에서 옷을 널고 손으로 줄을 옮겨주면 된답니다. 어때요? 재미있죠? 


제게는 신기했던 스페인 아파트의 한 모습을 오늘은 정면과 파티오, 뒷베란다 중심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치장하는 여인 같은 건물이 사실 뒷베란다에서는 억척같은 여인으로 변신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네 삶의 한 모습이 이런 아파트에도 투영된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집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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