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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327

'한국 엄마 수업 최고!'라는 스페인 아이들의 성탄절 장식품

오늘은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 바로 한국 엄마의 재능기부 날이 있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남편도 오겠다고 하네요. 점심이 끝난 후에 수업이 막 시작하기 때문에 스페인 남편은 도시락을 학교에서 먹겠다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채소볶음 라면과 두부를 싸서 학교로 향했습니다. 어때요? 좀 맛있어 보이나요? ^^굴 소스 넣고 막 볶아낸 볶음 라면인데 산똘님이 학교 식당에서 군침을 흘리면서 먹더라고요. 아무튼,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점토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물건을 만들기로 했답니다. 이미 과정을 아시는 분이 많으셔서 생략을 많이 하고, 일단 장식할 물건을 점토로 빚은 후, 집에서 장작 난로로 구워냈습니다. 재를 다 털어내고 이제 예쁘게 색칠하고 끈을 매어 장..

무척이나 부러운 스페인 사람들의 친화력

해발 1,200m 스페인 페냐골로사(Penyagolosa) 자연공원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좋은 소식을 전해옵니다. "오늘 회사에서 다니 미켈을 만났어!" 다니 미켈(Dani Miquel)은 발렌시아 포크송 자작곡 가수랄까요? 옛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동화, 전설 등을 노래로 표현하는 가수랍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단연 인기! 마치 뽀로로 대통령처럼 어린이 세계에서는 노래 대통령으로 통하는 가수입니다. 물론 발렌시아, 까딸루냐에서 말이지요. 발렌시아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른답니다. 저도 상당히 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휴가 중이던 가수는 작은 비스타베야 마을의 어린이들을 위해 깜짝 콘서트를 하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그날 연주가 진행되기로 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스페인 사람들이 밥하기 귀찮을 때 해먹는 음식 하나

한국에서는 한 끼 식사 만들기 귀찮을 때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냉동 음식을 데워 먹기도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의외의 조합이라 저도 처음엔 이것이 음식이 될까 싶었던 방식이었지요. 라면만큼이나 쉽게 만드는 스페인 음식은 다름이 아니라 바게트 빵조각 + 3분 삶은 달걀 + 소금 + 파프리카 가루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입니다. 참 간단한 조합입니다. 먼저 바게트를 잘게 잘게 잘라 큰 그릇에 넣습니다. 달걀은 3분 이상 삶으면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흰자만 조금 익으면 된다고 하네요. 조심스럽게 잘 껍질 윗부분을 까서 작은 찻숟가락으로 떠서 빵 위에 올려줍니다. 그럼 빵이 노른자를 흡수합니다. 소..

한국 주부 뺨치는 남편의 장보기

토요일에도 직장에 나가 일하던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스페인 발렌시아 수제 맥주 협회 파티장으로 향했습니다. 즐겁게 놀다 오라고 자유를 주고 저는 세 아이를 돌보면서 기다렸습니다. 작년에 갔는데 올해는 아이 셋을 맡길 때가 없어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날은 수제 맥주 경연 대회 상을 수여하는 날이기 때문에 남편은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산또르님은 수제 맥주의 장인이거든요. 자신이 마실 맥주는 직접 담그고, 또 자신의 맥주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 확인할 겸, 자주 맥주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답니다. 맛난 맥주를 만들어 전문가가 인정하는 상을 받는 것은 참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지요. 유러피언 맥주 대회 심사 위원으로 갔지만, 맥주 장인으로 참가하는 의의도 대단한 ..

아침이 아름다운 스페인 고산의 요즘 겨울 풍경

아직 해가 뜨기 전, 조용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봅니다. 닭장에는 벌써 분주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요란한 무리의 소음이 들립니다. 고양이도 마중 나와 제 뒤를 따릅니다. "너희들은 안 춥니?"마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넘기듯 고양이 녀석들도 기지개를 한껏 켜고 귀찮다는 듯 따라나섭니다. 고산평야의 대지에는 얇은 홑이불을 덮은 듯 안개가 한 층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아침 산책에 나섰습니다. 나무나 풀에 내려앉아 눈처럼 된 서리를 상고대라고 하는데 이런 서리꽃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피었습니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아주 좋아할 풍경입니다. 맨살에 그냥 서리 맞았지만 예쁜 눈꽃으로 내려앉았어요. 가을에 말라버린 꽃이 요정의 유리구두처럼 빛나는 서리 꽃으로 변하고 말았네요. 사진으로 보니..

스페인 치즈, 청국장 냄새 저리가라네~

스페인 발렌시아는 이번 주 공휴일이 이틀이나 되었답니다. 모호하게도 화, 목요일 쉬게 되어 어디 멀리 놀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에는 무료한 시간이 되었는지, 도시에 있던 친구들이 비교적 가까운 우리 집에 놀러 왔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스페인 사람들은 손님이 되어 초대되어 갈 집에 꼭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온답니다. 이번에도 친구들이 먹을 것을 아주 많이 싸 왔는데요, 역시나 사람은 먹고 대화하는 그 기본에 충실한가 봅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머뭇머뭇하면서 제게 내놓은 것이 있답니다. "어어...... 어...... 미안한데, 내가 우리 동네 치즈를 좀 사 왔어." "아니, 뭐가 미안해? 우리 가족은 치즈를 엄청나게 좋아해." 그런데 그 친구가 머뭇거리면서 하는 말이, "좀 심한..

스페인 고산, 전력이 끊기는 고립(?) 상황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의 농가는 대부분 태양광 전지를 사용한답니다. 상황에 따라 풍력 발전기와 병행해서 사용하는 곳도 있고, 워낙 외진 곳이라 편의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도 많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참나무집]도 그런 상황입니다. 태양광 전지에 의존해 살기 때문에 우리에겐 해가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또 해만 떠주면 안 될 중요한 요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하늘에서 내리는 비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비를 받아 물저장 탱크에서 물을 끌어내 생활용수로 사용한답니다. 휴우우~! 그러니 해 뜨면 비가 안 와 섭섭하고, 비가 오면 또 해가 뜨지 않아 섭섭한 그런 희한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이번에 우리는 일주일 넘게 비 내리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비가 내려..

나를 괴롭게 만든 스페인의 과자 하나

정말 이럴 수가 있는지...... 이렇게 같이 산 지 15년이 되어가건만 산똘님은 이 입맛에 대해선 한 번도 양보하고 있지 않으니...... 괴롭고 괴롭도다! 도대체 산들 씨가 무엇 때문에 괴롭다고 하는지 여러분 짐작이나 하실까요? 저는 스페인에 살면서 음식이 다 맛있고, 좋아서 최고야! 하면서 아주 잘 먹었는데요, 가끔 제 입맛에는 영~ 궁합이 맞질 않는 음식을 보면 기절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먹다가 불편하여 입으로 꾹꾹 쑤셔 넣는 경우 말입니다. 대부분 요리는 잘 참을 만한데, 요것 하나만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기름'의 사용 빈도가 빈번한 스페인 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흑흑!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스페인에서는 이 기름에 대하여 아주 관용 하답니다. 식물성 기름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하는 스페인 가족의 치밀함

12월만 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하기에 저는 가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뭘 해야 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물을 사러 대형 마트에라도 가면 워낙 복잡하여 정신이 하나도 없답니다. 그래서 차라리 미리 선물을 느긋하게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스페인 식구들 전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갑자기 아이들이 6명이니 이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는 게 장난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11월 중순부터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답니다. 무조건 장난감 가게에 가서 선물을 골라 사 오는 것은 의미가 없게 느껴졌기..

스페인에서 맛보는 단돈 '2유로'짜리 트러플 요리

믿을 수 없어요! 단돈 2유로라뇨? 1유로에 12월 1일 기준, 현재 1,240원 정도 합니다. 그럼 2유로는 2,480원입니다. 아니, 2,480원으로 트러플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요? 그 비싼 세계 3대 진미가 겨우 3,000원도 안 된다고요? 믿으실 수 없으나 믿게 해드릴 포스팅을 오늘은 올려봅니다. 서양 송로버섯, 트러플(Truffle). 여러분은 박근혜 청와대 오찬으로 더 잘 알고 있는 비싼 버섯이지요. 청와대 호화 오찬이라며 큰 논란이 되었던 그 버섯이랍니다. 전기료 누진제 등으로 서민들은 허리를 조르는 상황에 청와대의 호화 향신료 트러플 요리는 국민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당시 청와대에서 사용한 버섯은 중국 윈난 성에서 산 싼(?) 버섯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름이 ..

'초코파이'라고 우기는 스페인 남편의 간식, 이유 있네~

저는 한국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되어 가끔 어릴 적 추억에 휩싸여 어릴 때 먹었던 것들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 먹었던 그 "초코파이"는 잊을 수가 없답니다. 샌도가 50원 할 때, 초코파이는 100원이었던 시절에 유년기를 지냈지요. 고사리손으로 조심히 아껴서 먹던 초코파이가 생각이 나고요, 가끔 중, 고등학교 때에는 좋아하는 선생님께 수줍게 편지와 초코파이를 선물로 주던 때도 생각이 났지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흐르니 초코파이는 그저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다가 이렇게 아이들을 낳고 진짜 아줌마가 되니 왜 이리 생각이 나는지요? 몇 주 전에 우연히 중국 가게에 갔다가 초코파이를 발견하고 대단히 좋아했는데요, 너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사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어 며칠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

한밤중에 찾아온 불청객, 걱정 한 바가지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산과 산으로 연결된 와이파이 안테나가 다 태양광 전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온종일 오프라인으로 생활했답니다. 한 잡지사에 원고 마감 하루를 앞둔 저는 불안한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지요. 물론 원고는 이미 다 써놓았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니 이렇게 마음을 졸일 수밖에요. 그런데 제 마음을 더 졸인 사건 하나가 있었답니다. 그것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비 오는 밤의 어느 날이었지요. 밖에 나갔던 남편이 무엇인가를 봤다면서 놀라워하고 있었답니다. 도대체 무엇일까? 남편은 노루가 우리 집에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네요. 설마? 노루가 이곳까지 왔겠어?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녀석은 아주 순한 양이었습..

김치 때문에 외국인 남편이 덩실덩실 춤춘 이유

지난번 포스팅에 한국 동생이 보내준 두부김치찌개라는 음식 상품 덕분에 우리 부부는 한동안 먹어보지 못한 김치 찌개를 시식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남편 몰래 혼자 먹을까 하다가 진짜 섭섭해할 남편 얼굴이 떠올라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러다 퇴근하고 온 남편과 알콩달콩 나누어 먹게 되었답니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그동안 김치를 못 먹은 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는 사실. 김치에 목말라 하던 우리 부부는 아이들 몰래 먹었습니다. 하긴 아이들이 아직 어려 (이렇게) 매운 김치찌개는 전혀 못 먹기에 이번에는 아예 안심하고 먹었습니다. 동생에게 받은 제품이 위의 것인데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국물 요리에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봉지를 뜯으니 육수와 건더기, 두 봉지로 또 나뉘더군요. 그 감촉이 물컹..

스페인 고산에 한국 동생이 보내온 소포

이게 또 얼마 만인가요? 사실, 스페인에서 소포 받기가 점점 어려워져 소포 받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답니다. 가능하면 안 받는 선에서 해결하려고 부단히도 애썼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 외의 국가에서 오는 모든 소포에 선물이라도 세금이 달려오기 때문에 그 세금 폭탄 맞을까 봐 받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누리가 '까만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까만 스파게티?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짜장면입니다. 이 까만 스파게티를 먹어보지 못한지 어언 몇 개월, 이 아이의 조그만 배도 그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영상 통화로 시작된 이모와의 대화에서 이모가 자비롭게 한턱 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 물건을 보내준다는 겁니다. 누리는 영상 통화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까만 스파게티..

한국인이 생각하는 스페인 남자에 대한 환상과 오해

요즘 스페인에 여행 오시는 우리나라 사람들 인구수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전과 비교하여 단체여행이든, 개인여행이든 많은 분들이 스페인에 다녀간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도 이미 스페인 여행을 하셨고요. 물론,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많은 분이 스페인에 관하여 물어보십니다. 그중 단연 제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스페인 남자"에 대한 것입니다. 스페인 남자 하면 어쩐지 정열적이고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스페인 남자는 가슴에 털 많고 마초적인 남자라고 정의를 하셨어요. ^^ 또, 어떤 분은 돈 키호테(Don xijote) 식의 중세 기사풍의 로꼬(loco, 정신 나간 사람)? 많은 분이 환상..

추운 계절에 먹는 스페인식 ' 렌틸콩 수프'

오늘부터 여긴 세찬 바람과 비가 동반하여 추위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물론 아직 영하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비 온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아주 걱정이 되기도 한답니다. 여기가 어디 이느냐고요? 여기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입니다. 지중해 해안의 마을보다 10도 정도가 차이가 나 몹시 추운 곳이지요. 이런 추운 날에는 스페인 사람들도 보통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더라고요. 특히 추울 때는 체력을 향상하고 열량이 많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고들 하네요. 그래서 보통 이곳에서는 걸쭉한 영양분 철철 넘치는 렌틸콩 수프(Sopa de rentejas)를 합니다. ^^ 산똘님이 만드는 렌틸콩 요리는 그렇게 걸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인 입맛에는 딱~!인 음식입니다. 보통 스..

갓 구워낸 빵은 '위험'하다(?)는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 사람들의 빵에 대한 고집, 정말 신기해요... 저는 스페인에 오래 살면서 보아온 신기한 행동 습관에 항상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의심 없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날개를 달고 의심스러웠으니 말입니다. 신혼 초에 말이죠, 슈퍼마켓에서 파는 막 구워나온 빵을 즐겨 사 먹었습니다. 빵이 나올 시간대에 가서 따끈따끈 모락모락 맛있는 빵을 집으면서 냄새도 맡고 으아~ 좋아라, 감탄하면서 사옵니다. 사오자마자 집에서 아침으로 툭 떼서 먹는 그 맛은 참 좋지요. 그런데 남편, 산똘님은 언제나 "난 식으면 먹을게." 하는 겁니다. 어느 날은 아래층의 할머니와 슈퍼마켓에서 마주했습니다. 따끈한 빵을 집어 드는 저에게 할머니는 그러셨습니다. "에구구! 따뜻한 빵 먹으면 안 돼~! 소화 안 돼!" 에잉? ..

나를 뜨악하게 했던 스페인의 쌀 씻는 법

초등학교 요리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5학년이었는데요, 학교 가사실에서 밥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쌀은 절대로 박박 문질러서 씻으면 안 된다. 영양가 많은 쌀눈이 다 떨어져 나가면 좋지 않아. 적어도 세 번만 손으로 훨훨 부드럽게 씻어줘!" 하시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어린 나이에 왜 쌀을 그렇게 씻으면 안 되는지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지요. 시간이 또 쌀 씻던 그 순간처럼 휘리릭 흘러 어느새 엄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쌀 씻는 문화와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쌀 씻는 것은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어떤 이유로 이렇게 시작했을까, 궁금했던 겁니다. 그런데 문헌에 이런 사소한 것들은 역사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이 쌀 씻는 문화는 종이에 기록..

짜장밥 아니야, 남편이 만드는 스페인식 오징어먹물 밥 요리

아로즈 네그로(Arroz negro) 오징어 먹물 밥 요리 여러분은 새카만 먹물 빠에야(Paella)를 드셔 보셨나요? 이곳에서는 "아로즈 네그로"라고 하니 꼭 기억해두세요. 오징어의 맛이 그대로 담겨있는 새카만 밥!전 처음엔 깜짝 놀랐지 뭐에요. 마치 외국인이 짜장밥 보고 놀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준비 재료] 파에야 철판도 필요하지만, 먼저 음식에 들어갈 재료를 살펴보면요, 이번에는 4인분 기준의 재료입니다. 300g 쌀750ml 생선 육수1 양파갑오징어 큰 것, 혹은 먹물 주머니 달린 오징어1스푼 파프리카 가루(산똘님은 오늘 넣지 않았어요.)뼈 없는 모둠 생선 조각들(기호에 따라)올리브 기름소금4 먹물 주머니(스페인에서는 먹물 주머니를 마트에서 팔기도 해요.) 여기엔 마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중..

요즘 아이들과 대화하는 게 재밌다

세 아이의 엄마. 그동안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는지...... (내가 봐도 내가) 참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순간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니, 참 정신없이 지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같이 할 일이 많아져 더 재미있어요. 최근엔 쌍둥이 두 녀석이 자전거를 드디어 터득하여 우리 네 모녀는 들판 자전거 산책하러 자주 나간답니다.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면서 쓩쓩 달리는 그 신선함. 아이들도 재밌다면서 '자전거 산책'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나오면 할 일을 두고 바로 밖으로 뛰어나간답니다. 그런데 요 녀석들이 요즘 말도 늘어 절 재밌게 해주네요. 사용하던 물건에 배터리가 없어 작동하지 않으면 사라는 그러네요. "엄마,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 거야.""인터넷이 ..

스페인 살면서 언어 때문에 생기는 이중 고초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저는 대학과정과 같은 스페인 도자기 학교를 4년간 공부했습니다. 동시에 공립언어학교 6학년 과정을 다 마쳐서 스페인어에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 생각됩니다. 문제는 스페인의 몇몇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발렌시아도 공용어가 스페인어와 발렌시아어라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 공식 언어로 채용된 언어는 카스티야어(스페인어), 갈리시아어, 바스크어, 까딸루냐어, 그리고 발렌시아어입니다. 까딸루냐어는 발렌시아어와 거의 비슷합니다. 약간의 단어만 다르고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답니다. 발렌시아어가 약간 더 부드럽고 까딸루냐어는 약간 억센 소리가 나기도 하지요. 그래도 같은 언어라고 보면 된답니다. 예전에 까딸루냐와 발렌시아가 같은 지방색을 가진 왕국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발렌시아는 조금 다르답니다. ..

자기 손으로 직접 생일 케이크 만드는 아이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쌍둥이 아이들이 만5세 생일을 맞았답니다. ^^* 우와~ 5년 동안 어떻게 키운 것이지?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쌍둥이 육아에 대한 추억도 잠시, 매번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만든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아이들과 함께 즐길 생일 케이크 만들기는 이제 우리 집 전통이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이번에는 엄마가 색다른 케이크를 만들까? 한번 물으니 싫답니다. 아빠와 함께 만드는 비스킷 케이크가 좋다면서 이 케이크 = '생일 케이크'라는 의미까지...... 학교 아이들에게도 [참나무집] 생일 케이크가 각인되어 비스킷 케이크를 무지무지 기다린다는 소식까지 접하게 된답니다. 아이들도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드는 케이크이니 그 애정도 남다르고, 그렇게 노력하여..

콜카타에서 먹은 새우커리를 떠올리며 만든 카레덮밥

2005년을 마지막으로 인도에 가보지 못했는데요, 저는 인도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서도 간혹 하기도 한답니다. ^^* 그런데 인도 특유의 그 맛을 살리기 위해 아주 많이 노력하지만 역시나 현지에서 먹는 것만큼 그렇게 맛나지는 않답니다. 언제나 그 지방 특유 음식이라면 그 지방에서 먹는 게 최고인 듯합니다. 그런데 캘커타(콜카타)에서 먹은 새우커리 덮밥은 역시나 제 뇌리에 강하게 남아 지금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콜카타에서 마더 테레사 하우스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저는 근처 조조 레스토랑을 자주 드나들었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크교 아저씨가 운영하는 그 조조 레스토랑의 별미는 새우 카레 덮밥이었답니다. 몬순 날씨와 도미토리의 침대 그리고 조조 아저씨네 새우 덮밥, 마더 테..

가족 행사는 꼭 해야 하는 시부모님

스페인 사람과 결혼하여 스페인 살면서 스페인의 가장 인간적인 면을 꼽으라고 하면 가족에 관한 사항이랍니다. 가족의 구성원의 크고 작은 일은 남의 일이 아닌, 진짜로 내 일이 되고 마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이기는 하지만, 충고와 염려로 혹은 오지랖으로 삶을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습니다. 아들이 멀리 떨어져 섭섭하지 않으냐는 지난번 한국 방송팀 질문에 시아버지께서는 그러셨습니다. "아들이 선택한 삶인데 아들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합니다. 아들이 필요하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그렇게 먼 거리이지만 서로 가까이 온정을 나누면서 살아야죠. 우리도 그 거리를 존중하면서 살아요."하시면서 섭섭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최근 쌍둥이 아이들 생일이 곧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난리 난 한국 화장품

아니, 나 원 참~ 세상에 화장품 이야기를 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 그것도 화장품을 별로 쓰지 않는 일인이 말입니다. 물론, 외출할 때는 단정하게 화장을 하고 나가지만, 화장품이 재미있다며 글을 쓰게 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답니다. 지난번 마드리드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남편과 산책을 하다 희한한 화장품 가게를 발견했지요. 그런데 그곳에는 "Cosmética Coreana"라고 적혀 있는 겁니다. 우와~! 한국 화장품이 스페인까지 왔단 말이야? 호기심에 그 가게 앞에서 서성대며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스페인 여자들이 그러네요. "여기가 바로 재미있는 한국 화장품 가게야~!" 어? 재미있는 한국 화장품? 그런데 반응이 엄청나게 좋더라고요. 아니, 노랑머리의 서양 여자들이 줄줄이 들..

국제 수다 2016.10.21

해외생활 중 인종차별이라고 우겼던 나의 경험담

스페인에서 엉뚱하게 인종차별이라고 오해했던 부분들 요즘 온라인상의 많은 해외 여행자와 이민자들의 코멘트를 보면 인종차별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뜨겁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순전히 오해로 온 경우도 있고, 소통의 부족으로 생겨난 것도 있습니다. 저도 정착 초기에 그런 경우를 많이 겪었답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소소한 작은 것들이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와 엮여서 상당한 스트레스였습니다. 심각한 부분도 있었고, 웃지 못할 우발사건으로 끝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오늘 다섯 가지로 나누어볼게요, 좀 길더라도 인내심 갖고 읽어주시면 아주 감사하겠습니다! ① 거리에서 모르는 이들이 나에게 큰소리로 외쳐댔어요 스페인에서 정착 초기에 경험한 풍경인데요, 지금은 뭐 다 그러려니 면역이 되었습니다. ..

국제 수다 2016.10.17

이렇게 예쁜 그릇의 정체는? 알면 놀랄 걸~

국사 시간에 선생님께서 서양 사람들이 처음 동양 도자기를 대했을 때 엄청나게 놀랐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청자나 백자나 서로 난리가 나 한국의 보물급 도자기를 훔쳐가기도 했다는데요, 뭐 일본에서도 도공들을 잡아간 이야기 아시지요? 그런데 전 여기서 서양인이 도자기를 가져간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그중에서도 서양인이 많은 백자를 가져갔지만, 달처럼 둥근 '요강'을 보며 엄청나게 좋아했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우웩! 어떻게 요강을 좋아해?'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요, 도예가가 된 지금의 저는 이 요강의 아름다움이 서양인에게 퍽~ 반할 요소이구나, 싶었습니다. ^^ 매끈한 선과 둥근 모양새, 사실, 물레를 돌릴 때 이렇게 큰 항아리를 둥근 모양새로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게..

아빠가 아이에게 '돈'을 가르치게 된 이유

제 꿈은 아직도 동심에 젖어있나 봅니다. 미래의 희망이 아닌 '꿈속의 꿈'을 말하는 건데요, 제가 어젯밤에 꾼 꿈은 희한하게도 좀비에게 당하는 꿈이 되겠습니다. 아니~! 꿈이란 이 녀석! 내 나이 몇인데 아직 좀비에게 당해야 하니???!!! 꿈속에서 말이죠, 버스에 탔는데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좀비인 겁니다. 그래서 그 버스를 탈출해 굉장히 큰 광장에서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비들이 제게 마구 달려옵니다. 거의 1cm까지 좀비들이 다가와 제 목을 조이려고 하는 순간, 크게 뭐라고 뭐라고 소원을 빌지요. "아~~~ 좀비들에게 벗어나게 해주세요!"하하하! 그런데 꿈속은 마음과 달리 맘대로 해주지는 않지요? 좀비가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으악~! "그래서, 엄마 어떻게 됐어?" 아이가 옆에서 제 ..

스페인 남편이 독일에서 사온 것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남편이 드디어 집에 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남편은 덩실덩실 춤을 출 것 같은 얼굴로 뮌헨에서 보낸 날들을 추억했습니다. 수제 맥주의 세계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즐거운 심사위원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맥주 장인이 되어 맥주 담그고 (수제맥주) 공장에서 시중 판매용 맥주를 만든다고 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실제론 그렇지 않답니다. 홈 브루어리(home brewery)라고 열정으로 가득 찬 맥주 장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다국적 맥주 회사와는 차원이 확연히 다르답니다. 아주 작은 지역적 수제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돈을 버는 목적보다는 보고 배우고 단합하는 성격이 강하답니다. 보통 스페인의 수제..

아빠 없는 날, 스페인 고산에 내린 우박과 비

아빠는 뮌헨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네 모녀는 주말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는데요, 특히, 월요일에 있을 수업을 위해 점토를 재활용하는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해발 1,200m의 청청한 스페인 고산의 가을 하늘은 높고, 햇볕은 따뜻하고 아주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글쎄 천둥 번개 날벼락을 동반한 비가 엄청나게 내렸답니다. 비만 오면 다행이지만, 이 날은 우박까지 함께 왔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터넷 무선 안테나가 고장나 이렇게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갑작스럽게 날벼락 맞는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란 걸 느끼게 해 준 날이랍니다. 그럼 그날의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아이들과 함께 점토 재활용 작업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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