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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한 일기 670

요즘 매일 숲으로 등교하는 스페인 아이들

날 좋은 이 계절, 학교에서도 새로운 교육 환경을 위해 해발 1,200m의 스페인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 초등학교는 숲으로 교실을 옮겼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요즘 아이들의 수업은 '자연공원'이라는 테마 수업을 하게 되었으니 과연 숲에서 어떤 공부를 할까요? 아이들이 모인 숲은 페냐골로사(Parc Natural de Penyagolosa) 자연공원입니다. 자연공원이 테마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태적인 환경과 지리, 자연과학, 사회와 환경, 만들기 등 다양하게 배울 수 있더군요. 아이들은 먼저 숲에서 관찰하는 법을 배운답니다. 1 제곱미터의 영역 안에 얼마나 많은 생태계의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그냥 스쳐 가면 모를 숲 일부를 가만히 그곳에서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뜻밖의 흔적을 발..

한-서 국제부부의 주말 풍경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은 지금 막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지는 뜨겁고 음지는 여전히 추운 편입니다. 요즘은 난로를 피우지 않아 그런지 더욱 집 안에 있기가 힘들어집니다. 돌집이라 그런지 서늘하게 추우므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얼어버리기 쉽답니다. 마침 컴퓨터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던 터라 제 몸도 으슬으슬 추워졌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밖에서 광합성을 하자고 나가 봄기운을 마음껏 즐겼답니다. 지난주에 한꺼번에 도착한 잡지. 제 독자님이 신청해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스페인은 정말 우편 시스템이...... 절 눈물 나게 합니다. ㅠㅠ주간 시사잡지인데 도착이 제멋대로입니다. ^^; 업데이트는 고상하고 항상 뒷북치기 일쑤입니다. 이 밀린 잡지를 다 읽으면서 광..

지금 한창 아름다운 스페인 고산 풍경 (feat. 고양이와 아이들)

정말 또 오랜만에 포스팅을 올립니다. 한국에 다녀온 이후, 자꾸 글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글이 뜸한 이유는 책 집필을 하고 있어 ㅠ,ㅠ 좀 어렵습니다...... 책 출판이 자꾸 늦어지는 이유는 좀 잘하고 싶은 욕심이랄까...... 그런데 자꾸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좀 초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좀 늦게 나올 것 같아요. ^^; 그 와중에 눈을 돌려 하늘을 보니, 푸르고 맑고 들판에는 여러 야생화가 우릴 즐겁게 반깁니다. 스페인 고산은 다른 곳보다 좀 뭐든 늦게 찾아옵니다. 여긴 인제야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기운이 스며드는 듯합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최근에 고산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아름다운 풍경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스페인 고산에 찾아온 평화로운 봄

해발 1,200m의 스페인 비스타베야 고산평야는 봄이 아주 늦게 찾아옵니다. 오히려 계절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어느샌가 여름으로 홱~ 지나가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주 세심하게 눈여겨봐야 한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 산책을 다녀왔답니다. 봄을 느끼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침부터 일어난 아이들은 소풍을 가자고 난리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간식을 바구니에 담아 뒷산으로 올랐답니다. 양 떼가 다니는 길목으로 올랐습니다. 돌길이지만 양과 염소 무리는 이 길을 매일매일 걸어 풀을 뜯으러 다니지요. 조금 오르다 보면, 시야가 훤히 보이는 풍경과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곳곳에는 작은 꽃이 피어올라 들에서 우릴 반깁니다. 조금만 더 오르자고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인내심 없는 사라가......더 ..

스페인 친구가 김치를 담그는 이유

여러분, 정말 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며칠은 인터넷 불통으로, 또 며칠은 원고 마감으로 일이 있어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절 잊으신 건 아니시죠? 요즘은 다들 어디 봄바람 맞아 놀러 가시는지 절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약간 줄어든 느낌도 있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봄바람 맞으며 계절의 향기에 취해보는 일은 참 좋은 일이지요. 오프라인을 즐기는 삶이 진정 즐거운 삶이니 말입니다. 오늘 저도 도시에서 온 스페인 현지인 친구들 덕분에 아주 즐거웠답니다. 물론, 지금 암 투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 때문에 마음이 좀 아프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이번에 방문한 스페인 친구들과 점심 바베큐를 해 먹었습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의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와 반가웠지요. 한국식으로 쌈장과 ..

'여성의 날'은 없어져야 한다는 남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었죠? 어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엄마, 축하해~! 오늘은 여성의 날이야."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 네 모녀는 "그래, 다 함께 축하하자~!"하면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우리 세 딸을 안으며 그러더군요. "여성의 날이 없어지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남편이 세 딸을 안으면서 축하해주는 줄 알았는데, 남편은 씁쓸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왜?"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세 딸이 묻습니다. "너희들이 컸을 때는 여성의 인권이 신장해서 이렇게 일부러 날 잡아 축하하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일까요? 아빠는 우리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

스페인 고산에 뒤늦게 찾아온 '도깨비'

참, 이제서야~이제서야 도깨비가 정령 스페인 고산에 찾아왔더이까.......사실은 며칠 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면서 무작위로 나타나는 유튜브 리스트에 도깨비 OST, Stay with me가 나오는 겁니다. 한 번 들으니 노래가 착착 마음속에 들어오면서 도대체 이 노래는 무엇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그렇게 유행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였다는 것이죠. 사실, 한국에서 유행할 때 지인들께 전화하면, 항상 그러는 겁니다.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지금 [도깨비] 봐야 해~!"했던 겁니다. 앗! 요즘도 드라마 때문에 모든 일을 뒤로 미루는 일이 있구나! 싶었어요. ^^* 그것참!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에 빠지는 일~! 스페인 고산에도 찾아온 도깨비 ..

스페인 남편이 현지인들에게 소개한 '한국 막걸리'

스페인에서 살면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이곳 사람들의 호기심 풀기 방법의 하나는 '모여서 진지하게 대화 나누기'였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김치가 만들고 싶으면 김치 담글 줄 아는 사람 찾아가 진지하게 배우기, 하몬(Jamon, 스페인식 생햄)을 만들고 싶으면 전문가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같이 만들기 등...... 뭐든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뛰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배우는 자세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제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맥주를 담그고 이제는 국제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갈 정도로 실력을 키워 현지 이웃들에게 소문이 났답니다. 이웃들은 언제나 그 맥주의 세계가 궁금하여 시음회를 하자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날짜가 잡히..

나보다 더 한국인 같은 남편

좀 우울해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우울한 날들이 있는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마음 안에서 오는 어떤 먹먹함으로 가끔 '가슴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앓이인지 정체는 전혀 모르겠는데, 왜인지 모르게 먹먹함으로 한숨이 퍽퍽 나오고 갑자기 외롭고 슬프고 우울해지는 그런 쓸쓸함이 막 파고듭니다.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상한 '가슴앓이'입니다. 설마? 갱년기? 갱년기는 좀 더 늙어야 찾아오는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그럴 징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설마? 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느낌은 참 소녀적인 감성이라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그러다가도 문득 나오는 소리, "그럼 이 슬픔을 다른 이와 함께 ..

스페인 고산에 살며 '트러플 덕후'된 내 이야기

사실, 트러플을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답니다. 한국인인 저에게는 트러플이 어느 외계보다도 낯선 녀석이었지요. 마치 먼 이국의 생소한 단어로만 생각되었답니다. 프랑스 요리의 최고 향신료, 세계 3대 진미라는 타이틀도 이 트러플을 알기 전까지는 몰랐답니다. 아니면, 초콜릿 트러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했습니다. 그런데 이 트러플은 프랑스어로 트뢰프, 한국어로 서양 송로버섯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오해를 하지요. 프랑스산 트러플이 세계 최고야! 라고. 그런데 제가 스페인 고산에 들어와 살면서 보니, 이 트러플은 학명으로 나누어져 프랑스에서 나는 트러플이 이곳에서도 난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자고로 세계 3대 트러플 생산지가 프랑스 다음으로 스페인이었답니다. 그다음은 이탈리아. 이 최고의 향신료가 이곳에 있..

스페인 고산, 폭설은 녹아 사라졌지만..

양치기 아저씨는 생애 가장 많은 눈을 보았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내린 폭설이 무려 1m가 넘었으니 참 대단한 양입니다. 바람 때문에 쌓인 곳은 어른 허리까지 왔다니 그 많은 눈 치우는 데에도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현대인은 제설차가 오지 않으면 고립되었다고 아우성이지요. 그런데 그 옛날에는 눈이 오는 즉시, 농가 사람들이 말과 당나귀 등을 데리고 나와 단체로 마을로 향했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쌓였으니 우리 인간들이 길을 내기는 쉽지 않았지. 그래서 말이며, 당나귀를 끌고 나와 한 줄로 서서 마을로 향했던 게야. 앞서가는 놈이 힘들면 그 뒤에 오는 동물이 이어받아 앞장섰지. 그런 식으로 줄줄이 순서를 바꾸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마을에 도달했던 거야. 마을에서 생필품을 사고, 돌아갈 때는 훨씬 쉬워졌..

스페인 시댁 식구들과 함께한 아이 생일파티

세월은 정말 이렇게 빠르게 흘러갑니다. 우리 큰 딸이 어느새 만8세를 맞았네요. @.@! 그러고 보니, 제가 블로그를 시작할 때 우리 아이들은 유아였지요.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 이제 이렇게 많이 컸습니다. 초기 블로그 활동 시절부터 제 블로그를 쭉 보아오신 독자님들도 아이가 자라온 성장을 보아오셨으니 마치 이웃집 아이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온라인 세계는 놀라울 뿐입니다. 이번에 우리 가족은 아이 생일을 위해 스페인 시댁에 다녀왔답니다. 아무래도 스페인에서는 가족 중심으로 아이의 소중하고도 중요한 생일이나 성장 단계를 공유하기 때문에 매번 같이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페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 생일 파티를 위해 함께 모이는 문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우리 집 사정을 통해서..

만들기 쉽고 맛좋은 호두 맥주빵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며칠 동안 고립되는 바람에 비상식량으로만 지냈는데요, 우리는 이 고립 안에서 창조적인 요리로 꽤 머리를 써야만 했답니다. 물론 요리는 손으로 하지만, 한정된 재료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에 머리로 아이디어를 짜내지 않으면 안 되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집 빵 이스트가 똑!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그럼 어떤 빵을 해 먹을까? 하다가 알아낸 ‘맥주빵’ 우와~! 이거 반갑다! 우리 남편이 수제 맥주를 담그는 장인이기에 집에는 맥주가 쌓여(?) 있었지요. 그래서 맥주빵을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호두와 가끔 건포도도 넣어 그 맛을 더 가미했는데요, 맛보니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대박의 빵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분은 맥주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꺼려하..

스페인 고산에 방문한 친구가 가져온 한국 음식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무사히 설 연휴 잘 마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셨는지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는 설과 함께 그냥 인터넷 안테나가 불통 나 조금 고생(?)을 했답니다. 대신 설을 같이 보내자고 찾아온 한국 친구 덕분에 아주 흐뭇한 날들이었습니다. 발렌시아에 유학하는, 우리 부부의 친구가 한국에 다녀온 후, 설을 같이 보내자고 무엇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답니다. 그냥 '한국 사람으로 설을 같이 보내자'는 말만으로도 그렇게 설렐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이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접해보지 못한 한국 식품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지게 되었답니다. 참 신기하죠?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좋아졌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이곳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 만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스페인 남편도 반한 겨울철 위문품 '한국 고무장갑'

얼마나 밖에서 놀았으면 아이의 손등이 추위에 터져서 그렇게 애처롭게 보일까요? 화들짝 놀라며 요즘 아이들도 손등이 트네~, 하고 감탄을 하는데, 다시 생각하니, 아니! 우리 아이가 사는 곳이 스페인 고산의 시골 마을이니 추운 겨울에 손 트는 것은 당연하지! 싶습니다. 고사리손 등에 로션을 발라주면서 아! 역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추운 줄 모르고 그렇게 노는구나, 싶었답니다. 어릴 적, 엄마가 해 저물어가는 늦은 저녁에, 얘야~! 얘야~! 밥 먹어라! 하던 고함 소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아! 내 아이도 지금 해가 저물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정신없이 밖에서 추위 아랑곳하지 않고 노는구나, 싶었답니다. 튼 손등을 위한 올리브 오일 사용법은? 2016/03/03 - [뜸한 일기/자연] - 추운 계절 ..

스페인 고산, 폭설로 고립되었던 6일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 며칠 전 폭설로 고립 중인 우리 집에 관한 글을 올렸죠? 다들 걱정 많이 해주셨는데요, 우리 가족은 무사히 이 위기를 잘 넘겼답니다. 드디어 제설차가 와 해방되었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고작 6일 고립된 게 무슨 자랑거리에요? 라고 하실 분도 있으나, 사실 6일 고립은 고립도 아닙니다. 실제 고립으로 겪은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미리 비상식량도 준비해놨겠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영화도 마련해놨겠다, 간식거리도 준비했겠다, 아빠가 만든 수제 맥주도 있겠다,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문제라면, 역시나 마음~! 이 마음이란 녀석은 고립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걱정이 되더라고요. 언제 고립에서 벗어날까? 이러다 고립 상태가 죽~ 이어지는 것은 아닐..

발효 없이 맥주와 올리브유로 즉흥 피자 반죽하기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 [참나무집] 가족은 폭설로 인해 장장 6일 정도의 고립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걱정은 금물~! 왜냐하면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해놓은 비상식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간식과 맛있는 음식을~, 아빠에게는 안주와 손수 만든 수제 맥주를~, 그 위에 영화 한 편을 더하면 두려움 없이 즐거운 고립 시간을 갖습니다. 이것들만 있으면 어디 세상 부러울 것이 있을까요? 오늘은 효모 발효 없이, 이스트 넣지 않고 바로 즉흥 피자 도우를 만들어 먹었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평소에는 시간도 넉넉하고, 이스트도 있으니 언제나 발효한 피자 반죽을 사용했는데요, 오늘은 발효하지 않고 바로 반죽하여 피자 만들어 먹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고립 기간 중 이스트가 다 떨어졌을 때 썼..

스페인 고산, 폭설로 고립 중인 우리 집

지난번 포스팅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사실 목요일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이 눈 소식에 아주 행복했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이런 걱정을 했었죠. "엄마, 눈이 너무 적게 내려 금방 녹아버리면 어떻게 하지?" 세상에, 역시 세상 험한 꼴은 본 적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아니면, 아이들이라야 가능한 그런 걱정일 테지요. 그렇게 진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잠든 아이들은 그다음 날 "동공 지진~!"이 일었습니다. "엄마! 엄마!" 아이들 방 창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들린 마법의 감탄사가 나옵니다. "눈이 엄청나게 쌓였어!" 아마도 잭 프로스트가 나타났나 보네요. (사실 이 잭 프로스트는 이 눈 온 날 밤에 처음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참 이런 우연도 다 있었나~!) 지난주 목요일 저녁의 풍..

남편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다는 한국 음식

요즘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은 정말 춥네요. 영하 14도까지 내려가고...... 따뜻한 햇볕이 비추어도 물은 금방 얼어버리니 닭장이나 개, 고양이들 물은 수시로 갈아줘야만 한답니다. ㅜㅜ 게다가 오늘부터 눈이 내린다는데...... 폭설 주의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떨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조용한데, 갑자기 눈이 내린다니~ (속으로는 좋아, 좋아!) 역시나 이렇게 추운 날에는 뜨끈뜨끈한 국물요리가 최고입니다. 앗~! 벌써 한 송이 한 송이씩 눈이 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며칠 전, 한국에서 친구가 미역을 보내주었답니다!!!사실, 우리가 미역을 못 먹어본 지도 꽤 되었네요. 여기가 스페인 고산이다 보니, 미역 구입하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지난번 생일에 미역국도 못 끓여 ..

스페인 고산, 아이들과 장작

해발 1,200m의 분지형 스페인 고산평야는 지금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답니다. 시속 40km에 달하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함부로 밖에 나갈 수 없고 심한 한파가 예상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몸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게다가 목요일부터 있을 폭설 주의보도 85% 가능성이 있으니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눈이 온다'는 마술 문구에 기분이 썩 좋아 난리가 났지만 말입니다. "너희들,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단단히 입고 나가야 해."아빠는 이런 당부를 합니다. "눈이 온다는데 감기 걸려서 눈 구경도 못 하면 안 되잖아?"이 말이 강력한 주술을 거는지 아이들도 옷을 단단히 여미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걷게 되면서 이 고산의 겨울을 위해 집안 일꾼이 되어준 일이 있답니다. 스..

스페인 친구들이 '도입시급'하다는 한국의 것 두 가지

강풍이 불어대는 날이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도 강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답니다. 다음 주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다고 하는데 벌써 떨려옵니다. 오늘은 참 다행으로 구름이 끼지 않고 해가 쨍쨍한 바람 부는 날이었기에 집안에서 고요히 햇살을 받기에는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점심 초대 덕에 외출도 하게 되었답니다. 친구들은 여러 명이 주말이나 휴가 때 쓸 목적으로 고산의 집 하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주말에 이곳에 올라오면서 우릴 초대하여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오랜만에 또 도시 친구들과 잡담할 기회가 있어서 참 좋았네요. 그런데 제가 끼니 또 자연스럽게 한국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 다녀온 새로운 친구를 만나..

스페인 고산, 우리 가족의 (주 중) 도시 나들이

스페인 고산, 해발 1,200m의 마을 사람들은 장 보러 외지에 나갈 때는 하루를 각오하고 가야 한답니다. 도시까지의 거리도 거리이지만, 구불구불한 도로가 참 가는 일을 뎌디게 합니다. 게다가 토요일은 도시 사람들도 쉬기 때문에 마트는 인파로 북적북적합니다. 일요일은 모든 상점이 문을 닫으니 아예 외출할 필요가 없고 말입니다. 토요일을 제외한 주 중에는? 아~! 이거 정말 힘든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 그 시간을 이용해 다녀올 수도 있지만, 너무 촉박하여 맘껏 장 볼 수가 없답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일찍 하교하는 수요일에 도시로 장 보러 가는 일이 잦습니다. 오후 3시 수업을 마치면, 그때부터 도시로 쌩~ 하니 달려가 장을 봅니다. 촉박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편안하게 장을 볼 수 ..

한국에서 왕새우구이가 된 외국인 사위

참 이제는 결혼 14주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정말 스치는 눈빛 하나, 웃음 하나에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듯이 남편을 알아갑니다. 이것이 오래되어가는 부부의 장점입니다. 비록 국제부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결혼 초기에는 정말 신혼부부라고 해도 국제부부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통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의 사고와 문화 차이었지요. 단순하게, 살아온 삶이 달랐던 것이지요. 결혼 초 한국 여행을 하면서 내 나라의 풍습, 습관 등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여 남편과 강행군 한국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만 골라서 여행을 하는데요, 유적지, 한국의 집, 박물관, 고궁, 사찰 등을 돌면서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줬답니다. 당시는 추운 겨울이었는데요... 영하 11..

스페인 고산 가족의 주말 풍경

요즘 주말에 업그레이드된 일이 있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에는 여유롭게 불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고요, 아빠는 오랜만에 고기 공급을 위해(?) 칠면조를 잡게 되었습니다. 칠면조를 잡은 아빠를 본 누리가 그럽니다. "아빠~, 동물 죽이는 건 나빠."아빠는 멘붕이 와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그래, 동물 죽이는 건 나쁜데 우리가 키운 자유로운 녀석들은 진정 가치 있는 음식이 된단다."아이가 이 말을 알 리가 없습니다. 갸우뚱하는 딸아이를 보더니, "누리야~! 넌 햄버거 좋아하잖아? 칠면조 햄버거도 좋아하고?""응~!""그것도 동물을 죽여서 만든 거잖아? 그러니 실제로 이런 모습 보고 충격받을 필요가 없어. 세상의 누군가는 이렇게 동물을 죽여서 먹을거리로 만들어야만 하잖아?" 아직 어린 유치원생 누리아는 전혀 ..

한국의 때 미는 습관에 중독된 남편

사람은 저마다의 환경에 따라 적응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적응을 아주 잘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인도에서 허름한 호텔에서 (직업, 공부 등으로 인하여) 6개월 자취를 하면서 보낸 일에서부터 이곳 고산평야의 쓰러진 집에서 사는 생활까지 저는 적응을 참 잘 해왔는데요, 어디들 가든 그 지방의 풍속과 생활, 음식 등을 거침없이 흡수해왔고 그래서 그리운 한국도 꾹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어딜 가나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저는 아무것이나 다 잘 먹고 잘 적응한답니다. 그런데 야생의 달인이 되었다 싶었으나 저에겐 숨겨진 하나의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때밀기입니다. 이태리에는 없다는 이태리타올???를 들고만세 합창...! 우습게 들리는 소리일 수도 있으나 저는 ..

달걀 유효기간 쉽게 알아보는 법

한국 소식을 보니 달걀 대란으로 달걀마저 외국에서 수입된다고 합니다. AI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여 2,844만 마리의 닭·오리·메추리 등이 도살처분 되었다고 하네요. 상당히 심각합니다. 그만큼 대규모로 살처분 되고 있고, 매해 크고 작은 피해가 반복하고 있다고 하니 어서 문제가 잘 해결되어 대란이 정상적인 상태로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오늘은 우리 집의 닭이 낳은 알에 관한 소식입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에서는 암탉과 칠면조를 키우며 암탉이 낳은 달걀을 충당하고 있답니다. 그중 닭장에는 열두 마리의 암탉과 한 마리의 수탉이 있고요, 칠면조 우리에는 세 마리의 칠면조와 다섯 마리의 암탉이 있답니다. 아니, 칠면조 우리에 왜 닭이?! 궁금하시죠? 사실 우리 병아리를 키운 녀석이..

스페인의 연말과 새해를 즐기는 우리 가족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에 터를 두른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연말과 새해를 도시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평화롭게 보내도 좋을 연말과 새해이지만, 올해는 발렌시아의 시부모님댁에서 도시 생활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답니다. 스페인은 12월부터 1월까지 평소에는 전혀 없던 특별 마켓이나 페리아(놀이공원 등의 여가 활동 및 작은 마켓) 등이 광장을 중심으로 생겨난답니다. 또한, 평소에는 없던 길거리 음식들도 이 기간에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이런 거리 구경에 나섰답니다. 그럼 그 모습을 함께 나누며 대충 스페인의 연말과 새해 분위기를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 우리는 저녁을 즐기기 위해 일찍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갑니다. 아이들이 도시..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던 밤

한국-스페인 국제결혼 1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제 남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진짜 신기하죠? 서로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맞아 살고 있다는 게 가만 생각해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국 친구들도 자주 물어봅니다. 스페인 사람하고 사는 게 어떠니? 남편에게는 한국 여자하고 사는 게 어떠니? 하고 물어보지요.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 내 아내가 내 마음과 가장 잘 통하여 아주 잘살고 있다."고 남편은 말합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라고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그 속에는 세상의 어떤 스페인 사람보다 제가 더 마음이 잘 통한다는 말뜻이 있는 거지요. 결국은 사람은 국가, 인종을 떠나 마음이 맞다는 말을 강조합니다. 어찌 되었건, 며칠 ..

나에게 특별했던 스페인 현지인과의 송년회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산지 여러 해. 여행하건, 현지에 적응해 살건, 많은 부분 한국의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 잊히기 마련입니다. 문화와 생활 습관 등이 전혀 다른 나라에서 살다 보니 정말 잊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답니다. 그래도 세상의 모든 이들은 한 해가 오고, 한 해가 가는 자기 반성적인 날들에 대해선 거의 비슷한가 봅니다. 올해 나는 만족할 만한 일을 했던가, 이웃과 친구, 가족과는 어떻게 지냈는가, 다음 해에는 어떻게 또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자기반성과 소망 등은 어디를 가나 세계인들의 공통된 마음인가 봅니다. 이번에 저는 스페인 현지인들과 송년회를 했습니다. 물론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사회 구성원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발 1,200m의 작은 마을, 비스타베야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하지 못..

스페인 고산, 흐린 겨울날 집에서 하는 일

벌써 3일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와 비, 눈으로 날씨가 흐린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입니다. 그 와중에 주말이 끼어 아이들은 꽤 지루한 휴일을 보냈답니다. 다들 밖에 나가자고 안달이 났지만, 비가 꽤 오니 엄두가 나질 않았답니다. 온 계절 말라 있던 하천에 물이 불어날 정도이니 꽤 많이 비가 내렸습니다. 잠시 이 풍경을 보여드릴게요~ 페냐골로사(Penyagolosa) 자연공원 안, 산 조안(San Joan) 수도원입니다. 남편이 일하러 갔다 눈이 점점 쌓이고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이곳에는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아 태양광 및 발전기를 이용하여 유지하는데 글쎄, 날이 여러 날 흐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답니다. 발전기에도 문제가 생겨 남편은 고립 직전까지 갔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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